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Jun 04. 2024

"받았으면 좋겠어"

상 따위, 책 따위, 인기 따위, 그런 사람들 멋있어 보이지만 진짜 진심이냐고 묻고 싶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웃을 거라고, 아주 입이 아주 찢어질 거라고 상상하면서. 하지만 반드시 상을, 책을, 인기를, 그런 사람들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진짜 전부를 걸었냐고, 일말의 가능성을 믿냐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 나를 포함, 수많은 익명의 존재들에게.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로 올랐던 황석영의 발언은 신선했다.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0여 차례 국제적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막판에 가서 떨어지는 거야. 습관이 되어 갖고 뭐 그런가 보다, 무덤덤하게 넘어갔는데, 요번에는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나도 시간이 별로 없잖아, 82세인데 받았으면 좋겠다. 누가 그러데. (겸손모드로) 아이 뭐, 그러지 말고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그러고 그 욕망을 적극화해서 선한 데 쓸 생각을 하라고. 그 욕망을 서슴지 말라는 거야. 받았으면 좋겠어.’(창비 인스타그램 240511)     


반장 선거할 때 어서 추천하라는 선생님의 다그침 속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저는 저를 추천합니다!’ 떨리던 음성을 향한 시선 집중과 폭소가 생각난다. 그때 그 아이가 반장을 했는지 못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 원하는 것을 향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두고두고 신선했다. 당장은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반장이 되었을 것만 같다. 그리고 황석영 선생님도 머지않아 좋은 상을 꼭 받으실 것만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릴케가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