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아이스커피를 타려다가 물을 끓인다. 꽃차를 담고 우리고 있다. 무엇을 마셔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커피가 좋아서, 향과 맛이 좋아서 먹는 건 아니다. 그런 거 잘 모르겠다. 알 것 같은 때도 있었는데 그런 거 다 호사 같다. 졸리니까, 정신 차리려고, 목이 마르니까, 뭐 먹기도 마땅치 않으니까 커피다. 그렇게 마시는 커피가 내게 좋을 리 없는데. 뭐 언제나 좋은 영향을 받자고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출렁이는 몸, 수분을 커피로 가득 채우는 건 어릴 때 얘기고. 꽃차가 우러나온다. 보리차 아니 옥수수차 빛이다. 유색 투명하다. 향기가 난다. 맛은 없겠다. 그냥 마신다. 따스하고 심심하다.
<뜨거운 게 좋아>, 의 먼로는 독서광에 의식이 깨어있는 여자였다. 그럼에도 색정 혹은 욕정의 화신처럼 보이는 역할이 마음에 들었을 리 없다.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 것뿐. 희고 풍만한 여성성을 보고 싶어 하시니 보여드리고. 백치를 원하신다니 그런 척을 하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었을 텐데 즐겁고 행복했을까. 조금이라도 그랬기를. 꽃차 한 잔을 먼로에게 건넨다면 대본을 내려두고 천천히 음미하며 마실 것 같다. 새끼손가락을 높이 들고서 고맙다고 영어로 말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