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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n 17. 2024

쉽지 않은 일

벽돌 벽 틈에서 자란다. 풀도 아니고 나무에 가깝다. 바로 곁에 있는 나무와 동일 종이다. 벽이라고 하기엔 좁고 높다. 이 아파트 단지의 대문 역할을 했을 기둥이라고 하는 게 맞다. 나무는 기둥의 여러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큰 나무가 그 위에 있고. 엄마가 있고 집이 있고 먹을 것이 있고 별로 부족한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 나무가 과연 얼마나 자라겠는가.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고, 띈다 해도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몇 계절이나 자라겠는가. 자라다 보면 벽돌 틈을 벌릴 텐데, 기둥이 무너질 균열의 시초일 텐데. 누구도 원하지 않던 일이 벌어질 텐데. 그 정도까지 갈 리도 없지만 작은 나무의 안부가 궁금하여 오며 가며 올려다본다. 큰 나무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 같다. 오래오래 잘 살아주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처럼 오래오래 무럭무럭, 무탈하게 행복하게 그런 꿈을 갖는 것도 이루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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