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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n 17. 2024

옥상 위에서 벌어지는 일

저 옥상에는 무언가 있다. 초록 옥상은 전반적으로 비었지만 나무 테이블과 의자 세트가 하나, 하얀 의자와 붉은 의자가 하나씩. 실외기가 세 개 아니 그 이상.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벽에는 검은 자전거와 푸른 의자가 있다. 누군가 저기서 자전거를 타는 걸까. 주차용일까.


직사각형의 공간, 누가 뭘 갖다 놓아도 신경도 안 쓸 것 같은데 누군가 밤마다 올라가서 맨손체조를 하고 애인에게 문자를 보내고 자전거를 타려나. 한밤에 보아도 텅 비었었는데 저 옥상은 입주민들 공동의 것이겠지. 언젠가 유아용 자동차도 유모차도 있었는데, 초록색 플라스틱 목마도 있었는데 사라졌다. 이사를 나간 걸까.


언제든 시간 내서, 언젠가 시간 될 때 옥상파티를 하려고, 운동을 하려고, 뭐라도 하려고, 하면서 주섬주섬 준비했을까. 그 잠시의 시간을 고대하며 올려다 놓았을까. <나혼산>에서 보여주는 옥상의 에피소드들에 열공하는 까닭은 실천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도 못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대리만족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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