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신지 두리번거려도 아무도 안 보입니다. 주말 아침의 일인지 금요일 저녁의 일인지 알 수 없어요. 줄이 늘어난 이것은 손가락묵주일까요. 기도하시다가 교통카드 꺼내다가 떨어뜨리셨을까요. 속상하시겠어요. 그 밑으로 붉은 발을 가진 새들이 걸어옵니다. 한 마리 다시 한 마리 또 한 마리… 해변을 산책하는 여행자들처럼 유유자적입니다. 그중 한 마리는 발가락이 하나 없네요. 텅 빈 바닥을 쪼며 배는 전혀 고프지 않다는 듯 시치미를 뗍니다. 길 건너 건물 옆에서 한 남자가 커다란 풍경을 들어 올립니다. 누군가 밤에 큰 거울을 버린 걸까요. 거울 속 늦여름의 아침은 고요합니다. 거울은 귀가 없고 입도 없고 눈만 있네요. 도포된 수은 막이 천 길처럼 깊을 것만 같습니다. 입추 지나 서늘해진 느낌입니다. 곧 가을이 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