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한 마리가 덜덜 떱니다.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등을 곧추세우고 귀를 축 늘어뜨리고 다리 힘은 다 풀린 채 어느 틈바구니에 숨어 있습니다. 시원해진 바람도 반짝이는 햇살도 가득한 뭉게구름도 보지 않습니다.
무섭니?
-…
뭐가 그리 무섭니?
-다
그게 뭔데?
-사는 게 너무 무서워
왜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아파
덜덜 떠는 개를 안아줍니다.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줍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현재를 보며 암담했습니다. 남아 있는 일이 슬픔뿐이라면 어쩌지요. 아니 이미 슬픔뿐인데 어쩌지요.
재활병원으로 옮기신 선생님도 뵙고 왔습니다. 일 년이면 완쾌되신다는 기쁜 소식을 주셨습니다. 기도를 들어주신 것만 같습니다.
병원에는 늙고 젊고 어린 환자들, 휠체어에 지팡이에 의지한 채 운동하는 사람들... 다들 움직이지 않는 부분은 두고 움직이는 손으로 먹고 웃고 안습니다. 모든 신들이 아픈 곳을 쓰다듬고 잡아주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고요.
덜덜 떠는 개, 꼭 그 형상인 스스로를 안아줍니다. 쓰다듬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독백을 합니다. 흔들리며 넘어지며 다시 서며 숨을 쉬며, 가능한 부분들이 불가능한 부분을 끌고 가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