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Sep 23. 2024

덜덜 떠는 개를 안아주기

개 한 마리가 덜덜 떱니다.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등을 곧추세우고 귀를 축 늘어뜨리고 다리 힘은 다 풀린 채 어느 틈바구니에 숨어 있습니다. 시원해진 바람도 반짝이는 햇살도 가득한 뭉게구름도 보지 않습니다.


무섭니?

-…

뭐가 그리 무섭니?

-다

그게 뭔데?

-사는 게 너무 무서워

왜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아파


덜덜 떠는 개를 안아줍니다.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줍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현재를 보며 암담했습니다. 남아 있는 일이 슬픔뿐이라면 어쩌지요. 아니 이미 슬픔뿐인데 어쩌지요.


재활병원으로 옮기신 선생님도 뵙고 왔습니다. 일 년이면 완쾌되신다는 기쁜 소식을 주셨습니다. 기도를 들어주신 것만 같습니다.


병원에는 늙고 젊고 어린 환자들, 휠체어에 지팡이에 의지한 채 운동하는 사람들... 다들 움직이지 않는 부분은 두고 움직이는 손으로 먹고 웃고 안습니다. 모든 신들이 아픈 곳을 쓰다듬고 잡아주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고요.


덜덜 떠는 개, 꼭 그 형상인 스스로를 안아줍니다. 쓰다듬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독백을 합니다. 흔들리며 넘어지며 다시 서며 숨을 쉬며, 가능한 부분들이 불가능한 부분을 끌고 가는 아침입니다.

Alex Katy (뮤지엄엘)



매거진의 이전글 호락호락해 보이는 린치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