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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Sep 30. 2024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지 않을 때

궁금하던 접시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김미옥의 <미오기전>을 읽다가요. "윌로우 패턴 접시"인데요. 무슨 이야기를 접시마다 그렸는가, 그림 속의 구성요소들은 어째서 비슷한가 궁금했거든요. 그 접시가 이 접시겠구나 싶더군요.


작가가 전해준 접시 속 이야기는 다음과 같아요. 옛날 중국에 만다린이란 부자가 살았다. 그는 딸을 귀족 출신 젊은 장군에게 시집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딸은 하인과 사랑에 빠져 도망갔다. 어쩐지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바보온달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역경과 고난과 반대 속에 진실한 사랑이라는 믿음은 강력해지지요. 두 사람은 추격당하면서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섬에 숨어든다. 섬에 안착해서 조용히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여기서부터 인간의 참을 수 없는 욕망이 은밀히 주도권을 잡습니다.


하인은 비천한 출신이었지만 뛰어난 글재주를 갖고 있었던 거죠. 그게 알려지며 여자의 아버지는 병사들을 보내 그를 죽이고, 딸은 자기가 살던 집에 불을 지르고 그 안에서 타 죽었다고요. 그들의 사랑에 감탄한 신이 그들을 비둘기로 환생시켰다고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참기만 하면 다 잘 되었겠는가, 아닐 겁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의 갈급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야 마는 욕망과 체급이 비슷할 겁니다. 이왕이면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싶지만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을 테고. 하고 싶던 그것을 해내고 나면 그다음의 욕망이 (숨겨두고 재워두었던) 스멀스멀 똬리를 틀 테니까요.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참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말합니다. '부자인 아버지는 신분 상승 욕구를 참을 수 없었고 딸은 사랑을 참을 수 없었고 하인은 글을 참을 수 없었다.'고요.


참을 수 없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어떤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안전하게 숨어 살며 오래오래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장기 하나가 빠져나간 듯 허전하지 않겠습니까. 치명적 불행만 아니라면, 수습 가능한 한도 내에서 가급적 해보며 사는 쪽을 선택하렵니다.


이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라고 해요. 중국도 아니고 영국에서 중국풍으로 지었다고도 하고요. 접시 속에서는 그 연인이 마침내 두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난다지요. 동화, 시, 오페라가 되는 엄청난 상품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접시는 만화경 같은 그림과 함께 푸른빛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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