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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Oct 02. 2024

최후의 세 가지

사전의 예문을 읽는다.

A photo, a book of poems and a gold ring-this was the sum total of his possessions. 사진 한 장, 시집 한 권, 금반지 하나-이것이 그가 가진 것 전부였다.*     


한 남자의 일생을 다 알 것 같은 기분. 그는 당신일 수도 있고 당신의 꿈일 수도 있고 나의 꿈일 수도 있다. 사진 속에 내가 있다면 그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겠지. 자기 사진을 갖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가족사진이라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면 가능하겠고.


그 시집은 어떤 것일까.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는 시집. 죽을 때까지 읽고 싶은 책. 그 책의 모든 시를 익히 알고 있지만 때에 따라 다른 시를 골라 읽기도 하겠고. 몇 편은 외우고 있겠지. 그 시집이 혹은 책이 자신의 것일 수도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자신의 책은 기쁨이라기보다는 결핍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뭔가 썼다 해도 그다음을 고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남은 금반지 하나라면 그것은 나의 것일까. 나의 금반지라면 그 반지는 효용을 잃은 것일까. 그 사랑을 잃은 것일까. 그 사람을 잃은 것일까.


짧은 내레이션이 과거형이라서 이 문장은 회고가 된다, 그리움이 된다, 슬픔이 된다, 가 닿을 수 없는 장소가 된다, 추억이 되고 아픔이 된다. 문장 속 그가 가장 사랑하던 것,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것이 된다. 내가 가진 전부는 무엇이라고 말할까. 무엇을 최후의 세 가지로 꼽을까.      


*네이버영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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