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이 서계십니다. 수녀님의 하루하루는 어떠신지, 근심과 걱정이 덜하신지 궁금합니다. 편안에 이르셨는지, 늘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흔들흔들 헤매다가 잘 돌아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수녀님의 삶은 양 떼 목장 같을 거라고, 제주 유채꽃밭 같을 거라고 상상합니다. 질문드리고 싶지만 답을 알 것도 같아서 꾹 참습니다. 순간 수녀님이 제게 오십니다. 손을 흔들며 질문하십니다. 성당 위치를 헤매셨던 모양입니다. 근처였어요. 가는 길목까지 안내해 드리고 출근 중입니다.
매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은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과의 부딪힘, 피로감, 감정적인 상처도 신체적 피로감도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지요. 먹고사는 걱정만 아니라면 해방되고 싶다고요. 기껏 찾은 답을 다시 의심합니다. 다시 파도에 휘말립니다. 아는 멀미가 더합니다. 괜찮아질 것을 아는 만큼, 또 불안해질 것을 예감하는 탓입니다.
다 좋습니다. 이 정도면 별 네 개 반입니다. 아픈 것도 많이 좋아졌고 피로감도 괜찮고 쌀도 있고 김치도 있고 냉동차돌박이랑 냉동 가자미랑 김치도 세 통이나 있습니다. 어르신들도 힘껏 견디고 계시고 어린아이도 열심히 자랍니다. 이 정도면 되었는데 왜 불안해합니까. 이쯤 되면 감정의 핑퐁인 것도 같습니다. 좋고 나쁨이 번갈아서 격랑처럼 변하니까요. 이런 번복은 깨어있으라는 경고일까요. 더 가치 있는 생각과 행동을 하라고, 소중히 하루를 보내라고요. 미꾸라지를 싱싱하게 살아있게 하려고 메기를 수조에 넣는 것처럼요. 그 메기란 놈을 들여다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