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확대 편성까지…‘이친자’ 한석규, MBC 히트작 만드나" 라는 오늘자 해드카피를 읽는다. 이친자라… 미친 자의 오기인가, 미천자인가, 이 친한 자식인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몇 줄 읽어 내려가보니 '이친자'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드라마고, 주인공은 한석규란다. 처음 든 생각은 뭘 이렇게까지 줄이나, 였다.
안다. 한 번 보고 외우라고,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라고, 잊지 말고 화제로 삼으라고 세 글자로 짧게 줄였다는 것. 하지만 모른다. 이친왕은 알 것도 같은데 이친자는 생경하다. 첫 글자만 딴 것도 아니고 첫 글자+첫 글자+끝글자라니, 반칙 아닌가. 이게 처음은 아니지.
사내연애 수칙 중 하고 싶은 사랑고백을 암호로 정하는 경우가 있다, 제법 많다. 사랑해,라고 말하면 들키니까 사, 하기도 하고. 그건 너무 속이 빤하니 사과, 혹은 물, 귤 뭐든 연인 간의 하나의 단어로 새로운 문법을 제정한다. 아무도 모르게 즐겁고 행복하겠다.
그렇다면 '비안다'를 알아맞혀 보십시오. 힌트를 드린다면 첫 글자 첫 글자 끝글자 조합입니다. 비상하는 안전한 기구입니다, 비겁하게 안으면 안 됩니다, 비싼 안과는 안 갑니다, 비주류인데 인가 난 학원입니다, 비실비실이 안된다면 환불해 드립니다, 이건 뭐 엉망진창 대환장. 정답은 나만의 것, 그것은 '비가 안 옵니다'라고 말하면 웃기지도 않겠지.
이친자는 드라마 당사자들에겐 가능한 별칭이다. 주인공 이름, 그것도 1명의 이름을 알게 된 게 전부인 지금은 지나치게 이르다. 사랑에 빠지기도 전에 고백자만 좋자고 하는 짓 같다.
줄임말 좋지만 상호 이해가 된 다음의 이야기다. 속전속결로 시청자의 뇌리에 박혀야 하는 것은 알지만 이친 자는 왠지 아쉽다. 하긴 모두들 '느좋' 라니 그냥 느낌 좋다고 하는 게 느낌 좋은데. 역시 MZ는 어려워. (그냥 "좋"는 어때요. 귀여운데)
p.s. 이렇게 약간이라도 분개하기를, 하여 떠들어대기를 바란 것이라면 성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