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댓글에 대하여

by 김박은경

우연히 전해 들은 부고였다.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애도의 마음이라도 서둘러 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블로그를 찾아가니 식구 분이 올리신 부고가 올라와 있었다. 댓글도 줄줄이 달려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제 블로그도 방문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날이 추워요 건강한 하루 되세요.....’ 이게 다 뭐람.


댓글 쓰는 아르바이트 현장 같았다. 그 일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곳에, 가능한 한 많은 댓글을 달아야 하는가 보다. 그러니 포스팅된 글을 읽을 틈도 여유도 이유도 없이 복사-붙이기 순서로 해치우고 빠져나갔겠지. 환히 웃는 장난스러운 이모티들이 괴기스러워 보였다. 고인에 대한 이 무례함을 어쩌나, 식구 분의 황당함은 어쩌나 화가 다 났는데.


나는 어떤가. 글을 읽을 때, 통화할 때, 대화할 때 백 퍼센트 집중했던가. 휴대폰에 홀리지 않고 귀를 기울였던가.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가. 말을 넘어 마음까지 읽었던가. 나와 그들이 다르지 않다. 살아 있으니 실수도 하는 것.


다시 들어간 고인의 블로그, 엇나갔던 댓글들은 다 정리되어 있었다. 벌써 멀리까지 가셨을 선생님은 이런 일에 마음 쓰지 않으실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다고 괜찮다고 선명한 볼우물을 그리며 웃으실 것 같다. 그곳에서는 어떤 글을 쓰시려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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