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이 달려옵니다. 아주머니, 할머니, 청년, 숙녀, 중장년 어른이 짐 실은 카트 두 개와 함께 빨리 와, 타야 해 소리치면서 돌아보면서요. 1등은 아주머니와 카트입니다. 2등은 청년이고요. 그리고 전철 문은 닫힙니다.
다들 쳐다봅니다. 이산가족이다, 어서 전화를 해야죠, 다음 역이 어디야, 거기서 기다리겠다고 해요, 수군수군 구경하는 순간 두 겹의 문이 드라마틱하게 다시 열립니다. 할머니와 남겨진 식구들과 카트까지 무사히 탑승입니다. 일어서서 박수라도 치고 싶네요. 다들 안도하며 웃으며 바라봅니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아요. 다정한 사람들도 많고요.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 어려움에 무심하지 않은 사람도요. 그게 그저 전철을 타느냐 못 타느냐의 문제여서 가능했을까요? 내 손익과 무관해서, 내 자리를 뺏길 정도는 아니라서 가능한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따뜻함이 남아 있어서 살 만한 세상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 아침의 버스에서 내리는 분이 소리칩니다. "기사님, 고맙습니다." 몇 정거장 전 교통카드 없이 탑승하셨거든요. 새해 새 복 많이들 받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