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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꽃 시절 만들기

by 김박은경

3월 지나 4월이면 또 얼마나 많은 꽃들이 필까요. 거기 있었는지도 몰랐던 나무에서,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서, 이제 막 심어둔 작은 꽃나무에서, 비실비실한 꽃모종에서 침공하듯 꽃 폭탄이 터지겠지요.


그런 날이 시작되면 일찌감치 출근합니다. 가는 길이 멀어지니까요. 새 꽃들 보는 맛에 이리저리 돌아가거든요. 그리고 꽃 검색을 시작합니다. 알던 것 조금에 잊어버린 것과 모르던 것이 뒤섞여서 감탄하고 놀라고 신이 납니다. 봄꽃들은 한 달 정도 실컷 행복하게 해 줍니다.


그런데 나무는 검색이 어렵습니다. 식물도감 책을 뒤적이고, 특징으로 검색하는데 영 모르겠는 푸른 것들이 늘 있어요.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을 때도 많고요. 나무는 어렵습니다. 이름표를 달고 있으면 땡큐지요.


벌써 2월도 절반이, 아니지 절반이나 남았네요. 하루하루를 돌아보려고 하면 특정할 일이 없어서 그날이 그날입니다. 그래서 계획이 필요한 듯도 해요. 세워두면 근처라도 갈 테니, 그 과정의 분투기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4월마다 꽃몸살 앓는 나무들도 사람들도 아름다운 일기를 적어갈 수 있겠지요.


전반적으로는 무심한 나무들처럼 분간이 어려운 날들이지만 하루 한 두 가지 나만의 꽃 같은 순간을 만들면 어떨까요. 아, 어제 저는 무려 4시간이나 집중해서 목표하던 일을 해냈어요. 그게 제 꽃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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