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초사하던 화분을 정리합니다. 잘 자라다가 죽어가기를 여러 차례, 제 힘으로 살리기를 두어 차례, 차에 싣고 또는 카트에 싣고 걸어서 화원으로 데려간 게 두어 차례. 매일 새 잎을 보고 다시 죽은 잎을 확인하는 날들이었어요. 커다랗다가 키가 낮아진 앙상한 가지들. 자라는 것인 동시에 키우는 것이니 유책사유는 제게 더 많이 있을 겁니다. 그걸 몇 달 들여다보다가 새 화분을 삽니다.
사철 푸른 것으로 골랐어요. 작은 것으로, 잘 살아준다는 것으로요. 제 생일 기념선물로 주문, 배송 오던 날은 갑자기 눈보라가 휘날립니다, 외출도 마다하고 기다려서 박스를 받았어요. 포장은 난공불락, 그 날씨에 깨지지 않고 젖지 않고 무사히 도착입니다. 몇 겹의 포장을 풀고 만난 녀석은 가지 하나가 부러진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 잎새들이 어찌나 푸른지, 빛이 나는지 순식간에 봄이네요.
안 되는 것에 매달리지 않으려고요. 미래가 선명히 보이는 실패에 최선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애를 썼으면 살아났을까요. 갱생이 가능했을까요?
그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겠지요. 안 되는 줄 알면서 질기게 매달리게 되는 것, 체면 구기고 오점만 커지고 낙심을 하고 슬퍼지는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둘 수 없는 소중한 것이(일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덜 소중한 것을 포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