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풀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다. 달리 할 일이 없다. 빠른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없다. 원래대로 밤에 출발해서 내일 도착한다. 오늘 아침 조식 뷔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며 접시에 채운 빵과 쨈에 집중할 무렵,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피로감, 불편함이 식사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소식을 듣게 된다. 입원하시고 좋아지시는 줄 알았는데 왜.
어제 스노클링을 하며 하염없이 기도했다. 물살에 흔들리며 이리저리 달아나는 물고기들을 보며 어떤 근원의 존재와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기도를 이어갔다. 어서 좋아지시기를, 가장 좋은 편안함에 이르시기를 기도드렸다. 사실 그 기도는 나의 안심을 위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여행 자체가 그랬다. 마음이 영 불편하고 불안해서 가도 되는가 몇 번이나 뒤집었다가 못 이기는 척 떠나왔다. 각종 기념일들을 몰아서 축하하자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떠나왔다. 입원도 하셨고 큰 일 없을 거라는 말을 믿고 바라며 떠나왔다. 즐겁지만 불안했고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아버지 상태에 대해 듣고 걱정되었지만 긍정을 잊지 않았다. 살고 죽는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내려놓자고 생각하면서. 그러니까 나는 사경을 헤매시는 줄도 모르고 발장구를 쳤구나.
자꾸 부처의 얼굴과 닮아가는 아버지 얼굴, 한번은 나를 못 알아보셨지만 곧 다시 좋아지셔서 안도했는데.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드려서 좋았는데. 지금 풀의 물살은 쏟아지고 두 발은 떠내려갈 것만 같고 속은 영 울렁거리고 몹시 토하고 싶은데 토해지질 않는다. 헛구역질만 반복하다가 주저앉다가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가 뜨는 시간을, 가도 그는 이미 없을 텐데. 무엇을 할 수가 없어서 이층을 오르내리고 밖으로 나왔다가 가만히 나를 보는 도마뱀을 본다. 떨어진 흰 꽃을 본다. 떨어진 푸른 열매를 본다. 이러고 자판을 두드릴 일인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발인은 목요일. 나는 아직 나트랑에 있고 일정을 접고 퇴실을 연장하고 가만히 앉아 있다. 아버지 안 계신 집에는 숫자가 커다란 흰 탁상시계가 하염없이 돌아가고 있을 텐데.
내 아버지 우리 아빠 사랑합니다. 곧 갈게요. 고생하셨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