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한 바람 인형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바람이 들어야 비로소 살아나는 존재가 아닐까.
‘바람이 들었다’는 말은 보통 철없고 헛된 욕망을 말할 때 쓰인다. 하지만 왜 좋은 바람이 들었다는 말은 없을까. 바람은 때때로 wind이기도 하고, wish나 dream이기도 한데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바람 인형처럼, 바람 없이는 시들어버리는 존재 아닐까. 희망이란, 그 자체로 팽팽한 공기다. 실체와의 거리가 멀수록 더 근사하게 부풀어 오르고, 그럴수록 우리는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러니까 바람은 헛된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땅에서 조금 떠 있게 해주는 투명한 지지대다. 계획은 바람이 아니다. 바람은 방향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그래서 때로 비현실적인 편이 더 낫다. 우리의 발걸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그것이니까.
바람을 잊고 있다면,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을, 살아 있음에 대한 기쁨을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