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진들을 가져왔습니다. 앨범 두 권과 사진 뭉치들. 아직 정리 중입니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 사진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제가 얼굴도 뵌 적 없는 할아버지가
정신이 온전치 않으실 때 모두 불태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족보까지 함께 태우셨다지요. 불쏘시개로 쓰셨는지, 다 없애고 싶으셨던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사진은 군대 시절과 결혼 무렵에서야 시작됩니다. 어느 시절엔 유난히 사진이 많고, 또 어느 시절엔 한 장도 없습니다. 고단했던 시절은 없고 즐겁고 유쾌했던 순간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기쁜 날에야 카메라를 꺼내게 되니까요.
시간 순으로 사진을 정리해 보려 하는데, 영정사진은 마지막 자리에 둘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진짜 마지막은 아니니까요. 제게 남은 마지막 사진은 중환자실에 계실 때의 모습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자라 결혼하고 또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시간이 고스란합니다. 이것은 마치 무한의 세포 분열 같습니다. 그 많은 일들을 감당하고 이뤄내신 걸 떠올리면 경외감이 듭니다.
아버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대단합니다. 고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