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에 대하여

by 김박은경

전철을 기다릴 때 오른쪽의 남자가 왼쪽 앞의 여자를 본다. 흰 면 스커트, 검은 민소매 티셔츠, 긴 포니테일, 흰색 아디다스 운동화.


왼쪽 뒤에 선 여자는 나를 본다. 검정 니트 롱 원피스에, 버버리 모양의 검정 롱 바람막이, 흰 운동화, 쇼트커트.


나는 앞을 보는 척하지만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이 순간, 우리 모두가 서로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자꾸 한눈을 팔까. 예쁠 때, 웃길 때, 이상할 때, 궁금할 때, 부러울 때 혹은 불쌍하거나 낯설 때. 타인을 보는 눈길은 조용한 판단이기도, 무심한 호기심이기도 하다.


시선은 본능이다. 하지만 그 본능은 언제나 ‘나’로 돌아온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을까, 혹시 이상하게 걷고 있나, 뭘 잘못 입었나, 내게 무슨 의도가 있나… 시선은 감옥이기도 하고, 판결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사람들 사이에서, 시선의 틈 사이에서, 허리가 아파 조심스러운 하루를 살고 있다. 허리에 손을 얹고 느리게 걷는다. 그냥 이렇게 걷자. 오늘의 나를, 그대로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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