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낯선 영국의 공원을 걷고, 나는 이곳 한국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똑같이 6월이네요. 시간은 다르고, 계절은 비슷하고, 장소는 다르지만 무언가가 서로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사진 속 아버지는 생생합니다. 단단한 턱선, 살짝 웃는 입꼬리, 묵직한 어깨. 그 시절 그는 젊었고, 낯선 곳에서 삶을 살아냈고, 그 삶의 조각들이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나는 지금 오래된 필름 속에서 자라난 새순 같습니다. 새순은 반드시 옛 것 속에 있다가, 옛 것 속에서 손을 내밉니다. 잊힌 것 같았던 그 시간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이, 한 줄의 손글씨가 살아 숨을 내쉽니다. 생명이란 늘 그렇게 가장 늙은 것에서 가장 어린것이 돋아나는 방식으로, 잊힌 것에서 다시 떠오르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죽는다는 것이 정말 끝일까요. 사라진다는 것이 정말 사라지는 걸까요. 순간들이 이토록 또렷하게 살아 있는 걸 보면, 불멸과 영원이라는 말이 진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지금 아버지가 바라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미 그렇게 살아왔어요. 모든 순간 사라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아주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맞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