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항복일 수도

by 김박은경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Women Holding Things>에서 마이라 칼만은 말합니다. "내 친구가 말했다. 내 어휘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정말이지 행복은 무엇인가요. 지금 행복하신가요. 이 질문에는 행복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것의 정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가 선행됩니다. 그런데 그 함의와 계측은 누가하나요? 나 혼자서 해도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나만 행복해서는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함께 사는 사람, 함께 살지 않아도 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사람들도 행복해야지요. 그게 전분가 하면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쓰레기의 거리, 범죄의 거리를 지나 홈스위트홈에 도착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드높이 방어벽을 세우고 외부의 소란에 귀를 기울이고 떨게 될 텐데요. 전쟁이며 지진 폭우 같은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끔찍합니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죠. 두려워요. 그러니 나의 행복은 나의 식구와 친지와 이웃과 나라의 행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죠.


그런 생각 말고 소박하고 즉시적인 것을 행복이라 여기는 게 행복의 비결일까요? 이런 고민을 쓴다는 건 꽤나 행복하다는 반증 같기도 합니다만.


행복이라고 쓰고 항복이라고 읽어 봅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거죠. 할 수 있는 건 하고 할 수 없는 건 안 하는 거요.


선생님의 퇴원이 코앞입니다. 쓰러지시고 일 년 넘게 이어진 입원생활, 그럼에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 그런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게 겁나시는 듯도 합니다. 닫힌 문과 열리는 문에 대해 자문자답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선생님이 살아계셔서, 정신 온전히 보존하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요. 집안 가득할 화초들과 강아지 고양이와 햇살 속에서 고요히, 그러나 열심히 거듭 좋아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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