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북이, 나와 거북이

by 김박은경

퇴근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거북이 만나기입니다. 외출했다가도 그 녀석 걱정에 서둘러 들어오고요. 자고 오는 여행은 하지 않았어요. 주름진 곳, 등각의 틈을 부드러운 천이며 솔로 닦아주면서 대화를 나누죠. 저는 말이 많고 거북이는 말이 없어요. 그날 있었던 일, 좋은 일 힘든 일 화나는 일 모두 얘기했어요. 식구들보다 거북이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했네요. 거북이는 그저 듣기만 하죠. 눈을 동그랗게 뜨면 놀라거나 좋은 거. 가늘게 뜨면 슬프거나 시큰둥한 거라고 제 나름으로 알고 있었어요.


거북이는 2000년생, 만으로 25살인가요? 할머니 거북이입니다. 원래 두 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재작년에 멀리 가고, 혼자 살았는데 여름 들어 걷지도 않고 수영도 못 했어요. 가만히 한 자리에 있을 뿐이죠, 바라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요. 노환이라지요.


바늘 뺀 주사기로 약 먹이고, 핀셋으로 사료를 먹이죠. 강제 식사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원래는 바나나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조차 안 먹었으니까요. 그래도 주는 대로 열심히 받아먹었는데, 요 며칠 씹지도 않고 그냥 넘겨요. 뒷다리 근육이 다 빠졌어요. 안고 이리저리 바깥 구경을 시켜줘도 그저 바라보기만 했어요. 눈가에 물기가 가득해서 "설마 우는 거야?" 해도 말이 없어요. 물속에 사니 눈에 물기야 당연하지만 가늘게 뜬 눈에 고인 물기가 진짜 눈물처럼 느껴졌어요.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말을 할 수 있음 좋겠다."


그날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북에게로 갑니다. "엄마 왔다, 잘 놀았니?" 그런데 눈을 감고 있어요. "자니?" 해도 눈을 안 떠요. 등갑을 톡톡 치면서 "자는 거지?" 해도 눈을 안 떠요. 들어 올리는데 움직임이 없어요. 팔도 다리도 고개도 낮게 늘어집니다.


박스에 흰 종이 깔고 눕히고 다시 흰 종이로 덮고 안고 나옵니다. 먹이도 갖고 나와요. 집 근처 천변으로 갑니다. 다리 밑에는 첫 번째 거북이 무덤, 그 옆 기둥 밑에 묻어주었어요. 먹이도 입가에 놓아주고 흙으로 덮고 좋은 곳으로 잘 가길 기도합니다. 고마웠다는 인사도 함께요. 손톱만큼 작던 녀석이 등각 크기만 20센티를 훨씬 넘었으니 아주 많이 컸지요. 말썽쟁이, 장난꾸러기, 영리하고 겁 없는 녀석이었는데요.


베란다에 만들어준 제 집을 가볍게 타고 넘어서는 거실로 향하는 좁은 문틈이라도 보이면 머리로 문을 밀고 침입했지요.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다가 식구들과 눈이 마주치면 거기 없는 척, 얼음을 합니다. 그게 귀여워서 함께 놀자고 하면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베란다로 제 집으로 향해요.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입니다.


소화가 잘 된다고 해서 새로 산 사료도 좋아하던 과일 야채 사료랑 새우 사료도 천변의 물고기들에게 주었어요. 우리 거북이 가는 길 잘 지켜달라고 부탁합니다. 겨울나기 용 난방조명도 커다란 조명등도 버립니다. 귀여워하고 예뻐하고 사랑하지만 그래서 같은 슬픔 겪을 일이 싫어요. 다시는 거북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베란다 카펫 위에 탈각하던 껍질 조각이 보입니다. 그것은 잘 간직하려고요.


그렇게 떠난 게 아직도 믿기질 않아 베란다 나갈 때마다 녀석을 찾고 있네요. 자다가도 무슨 소리가 나면 놀라서 베란다를 살펴봅니다. 이미 없는 거북이가 꼭 있는 것만 같습니다.

2023. 12 거실로 들어온 거북이/ 2024. 11 거실로 들어오려는 거북이
2024. 12 동물병원 갔다 오는 길에 부처님께 인사드리는 거북이
남은 먹이는 물고기들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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