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사러 정육점 갑니다. 한 팩 밖에 없어서 손질을 기다립니다. 작업자는 두 분, 한 분은 육회를 썰고 다른 한 분은 썰며 손님 응대를 합니다. 선물용 고기 예약하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다녀가시고, 삼겹살 사가시는 아저씨 한 분이 다녀가시고, 오리고기와 목살을 주문한 할머님이 고기 손질을 기다리십니다. 오리고기는 반 잘라라, 목살은 기름 없이 작게 손질해 달라 하십니다.
모두의 고기를 기다리는 중에 나눈 대화의 요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리고기는 삼계탕처럼 끓여 먹는다, 매콤하게 주물럭 해 먹어도 맛있다, 오리가 닭보다 맛있고 영양도 좋다, 목살은 강아지들 줄 거다, 5살과 6살이다, 10 년은 살 거라 생각하고 키운다, 한 놈은 비만이라 목살 삶은 거 안 준다, 그러면 먹고 싶어서 난리를 친다, 비만인 애는 북어를 볶아서 잘게 빻아서 준다, 걔는 파양 된 유기견이다, 집에 고양이도 있다, 개와 달리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주인을 찾는다, 고양이를 먼저 키웠다면 개를 키우지 않았을 거다, 개는 주인을 괴롭힌다, 여기저기 똥오줌에 운동시켜줘야 하고, 나갔다 들어오면 핥고 달라붙고 난리다, 개 수발드는 거 너무 힘들다, 그래도 교회 가면 다들 개 덕분에 내가 건강하다고들 한다, 고양이도 돈이 많이 든다, 전체 미용을 하면 8만 원이다, 배만 깎아주면 5만 원이다, 그렇게 안 하면 배변 시 털에 묻어서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내 아들에게도 유기견 한 마리를 구해줬는데 아주 난리다, 천재견이라고, 인형 서른 개를 놓고 하나를 가져오라 시키면 정확히 그 인형을 집어온다, 혼자 사는 그 아들은 노총각인데 개 덕분에 살 맛 난다고 한다, 며느리들이 전 같은 건 다 해갖고 온다, 며느리가 둘이다, 남편이 육회 같은 거 사 오지 말라고 한다, 맛있는 거 좀 그만해달라고 한다, 그 양반이 폐암 11년인데 아주 질기게도 잘 산다....
정육점 바깥의 유모차에는 개 두 마리가 연신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검은 개와 흰 개, 흰 개쪽이 비만이군요. 검은 개는 복슬복슬하고 흰 개는 여학생 같은 분위기입니다. 제 뒤를 따라 나오는 주인을 보고는 뛰어내릴 듯 날아오를 듯 반기고 있네요.
짧은 오분으로도 누군가의 일생을, 그 일가의 하이라이트를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나의 일생은 몇 분으로 전할 수 있을까요.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