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교정본을 넘겼습니다

by 김박은경

시집 출판이 결정되고 나면 마음은 대체로 이런 순서를 밟습니다. 먼저 크게 기쁘다가, 곧 걱정이 밀려오다가, 무념무상에 이르게 됩니다.


시들이 자기 집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제 시를 읽어주고, 그것을 시집으로 엮어 주겠다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소식을 듣고 나면 사흘쯤은 정말 구름 위를 걸어 다니지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사람들이 내 시를 어떻게 읽을까, 시집은 잘 팔릴까 등등 온갖 잡생각들이 고개를 들어요. 그러다 지친 마음은 간신히 조용해집니다. 쓰는 것은 나의 일이고, 읽는 것은 독자분들의 일이니까요.


이번 시집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겼습니다. 제빵 공장에서 죽은 소년 이야기, 퇴근하던 전철에서 돌연사했다는 사람 이야기, 집으로 돌아와 화장도 지우지 못한 채 누웠다가 피로사한 사람 이야기, 맨홀에서 작업하다 숨진 사람 이야기. 대부분 뉴스를 통해 보고 들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소식들은 마음에서 쉽게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짧은 기사 몇 줄로 끝나버린 삶들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그들이 마지막 하루를 어떻게 살았을지,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안타까움과 두려움과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감정입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다들 고단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ㄴ의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일하는 일하고 싶어 하는 일하기 싫어하는 일할 수 없는, 바쁜 슬픈 아픈 힘든 등등. 어떤 감정과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요. 그것은 제자신이기도 하고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이기도 하겠지요. 그 순간에서 잠시 멈춰 들여다보는 쉼표나 마침표나 말없음표를 상상합니다. 그곳쯤에 있고 싶습니다.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여 이 책을 내주시는 출판사 분들에게 이로움이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시집을 읽어주실 분들의 마음에 무엇인가 선명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잠시의 위로나 작은 즐거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감, 멈추어 생각하게 하는 낯선 감정 하나라도 건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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