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다 보면 보이는 것들입니다. 잃어버리고 버리고 잊는 것들이겠지요. 그냥 떨어진 것들도 있고요. 작고 가벼운 것이고요. 예쁜 것도 있고 기이한 것도 있네요. 며칠 계속 보게 되는 것도 있지만 금방 사라진 것도 있었고요. 저것들을 시간이라고도, 기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존재의 우연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보도블록 틈새에 끼어 있는 작은 분홍색 오각형 같은 것은, 이질적이면서도 다정해 보입니다. 원래는 무언가의 부품이었거나 누군가의 장식이었을 이 물건은, 이제 본래의 맥락을 잃고 차가운 돌 사이에 끼어 '기하학적 풍경'이 되었습니다. 우리 기억도 이와 비슷할 때가 있습니다. 전체 사건은 잊혔지만, 아주 사소하고 선명한 감정의 조각 하나가 생뚱맞은 마음의 틈새에 끼어 오래도록 빠지지 않으니까요.
고립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합니다. 거친 아스팔트 위에 놓인 긴 줄기의 노란 꽃은 마치 누군가 일부러 연출해 둔 설치 미술 같습니다. 노란색 안전선과 평행을 이루며 누워 있는 모습이 처연하면서도 아름답네요. 저 꽃은 생명의 절정에서 떨어져 나왔고, 곧 시들거나 으깨지거나 쓸려갈 운명입니다. 우리가 통과한 어떤 시간은 긴 여운을 남기고, 또 어떤 시간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립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조화였던 것 같아요)
오늘은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또 무엇을 떨어뜨린 채 저벅저벅 걸어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