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행복도 좋지만 소소한 행복 쪽에 맘이 갑니다. 너무 큰 행복은 겁이 나요. 먹다 체할까 싶지요. 행복이라는 감정은 빈도가 중요하다잖아요. 큰 행복 한 번에 무덤덤한 열흘보다는 작은 행복이 열 번 이어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소소하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小少하다는 키가 작고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고요. 小小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고요. 炤炤하다는 말은 잘 쓰지 않는 것 같은데, 밝고 환하다는 뜻이네요. 騷騷하다는 말도 생소한데, 부산하고 시끄럽다는 뜻이고요. 昭昭하다는 사리가 밝고 또렷하다고요. 昭蘇하다는 거의 죽어가다가 다시 살아나다고요. 瀟瀟하다는 비바람 따위가 세차다는 뜻이고요. 疏疏하다는 드문드문하고 성기다는 뜻이고요. 蕭蕭하다는 고요하고 쓸쓸하다는 뜻이네요.
이렇게 많은 소소가 있지만 제가 '소소한' 행복이 더 좋다고 말하면 다들 이해해 준다는 게 또 소소한 행복 같아요. 이쯤 되면 소소하다는 말은 순우리말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아, 하면 다 알아듣는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게 좋아요.
가끔 그 소소함이 심심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화분 두 개를 번갈아서 들여다봅니다. 한 녀석은 잎과 잎 사이에서 정확하게 새 잎을 뽑아내고요. 한 녀석은 굵은 가지에 새 잎을 매달고 자라요. 제각각이라 귀엽고 재밌어요. 약속이라도 한 듯 계속계속 자라는 게 대견합니다. 막손인데 잘 자라주어 고맙고요.
얼마 전 그중 하나를 분갈이해 주었습니다. 준비물은 새 화분과 새 흙이죠. 커다란 화분을 놓고 작아진 화분을 바라보며 이미 각오를 합니다. 화분을 깨야 뿌리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망치로 조심히 화분을 박살 냅니다. 그 사이로 가득 차오른 뿌리들, 숨 막혔겠어요. 뿌리에 묻은 흙을 털어주고 새 화분에 앉힙니다. 그 위로 새 흙을 섞어서 채워주고 일주일 지나 물을 주었어요. 지금은 신나게 새 가지를 올립니다. 새 잎은 연둣빛, 반짝반짝해요.
이것이 소소한 행복이라고 말하려다 보니 전혀 소소하지가 않네요. 조용하지만 활달하고 씩씩한 친구들을 둔 것은 아주 커다란 행복에 속합니다. 화초를 좋아하다니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여기저기 봄의 시작입니다, 봄은 절대 소소할 수가 없어요. 요란하고 화려하고 시끌시끌하지요. 짧은 축제, 다들 놓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