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날이 얼마나 남았나 일기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 며칠이라고 붉은 펜으로요.
생존기간을 카운팅 하며 사는 것과 그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 중 어느 편이 삶을 풍성하게 할까요. 삶의 유한함을 직시하며 시간을 계산하는 삶과,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삶 중 어느 편이 나을까요.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기대수명)은 가장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2025년 12월 발표, 2024년 기준)에 따르면 86.6세입니다. 남성(80.8세)보다 약 5.8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 수명(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은 여성 기준 66.4세입니다.
시간 카운팅은 '밀도' 면에서 풍성해집니다. 불필요한 일에 낭비하던 에너지를 줄여줍니다. 정말 소중한 사람, 내가 꼭 쓰고 싶었던 글, 그려 보고 싶던 그림, 잘 가꾸고 싶었던 식물처럼 '본질적인 것'에 몰입하게 합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선물임을 깨닫게 되어,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더 깊게 감동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삶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나중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큰 미련이 남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힘이 생깁니다.
반면 그런 생각 없이 흐름에 맡기는 삶은 '확장' 면에서 풍성해집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울 때도 '지금 시작해서 언제 끝내나' 하는 조바심 없이 순수한 기쁨에 빠져듭니다. 자유로운 몰입이 가능해지지요. 노화나 죽음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의 생명력 자체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잠시)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하여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해"라는 제약 없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미혹일지라도) 펼쳐집니다.
전자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후자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되네요. 두 가지 시선을 유동적으로 탑재하려고요.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머리 한구석에 두어(카운팅) 소중함을 깨닫되, 그 소중한 오늘을 살 때는 마치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무심함) 몰입하는 것이죠.
다 말하고 보니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인생 선배님의 말씀이 딱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