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순례자

by 김박은경

악동뮤지션의 동생 수현이 (유퀴즈에서) 말하지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녀가 항상 꼴등이었고 오빠는 남들이랑 똑같이 시작해서 항상 1등으로 붙는 사람이었다고요. 그녀는 왜 항상 오빠랑 같이 걸을 수가 없는 걸까 생각을 늘 해왔었다고요. 인생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같이 속도를 맞춰서 걷는 게 정말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늘 했다고요. 하지만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순례길을 다 걸은 순례자라는 이름 하나로 다 묶여있다고요. 그녀는 속도가 되게 중요하고 같이 걷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걸은 길은 똑같고 늘 같은 저녁을 함께 먹었고 그리고 함께 같은 곳에 도착했다고요. 힘든 시간을 통과해 낸 그녀에게,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마음이 힘든 날들입니다. 꽃 져도 다시 피듯, 고요하던 나무가 소란스러워지듯 놀라운 회생과 완치가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몸이 아파진 분의 기적을 기도했는데 아직은 아니라는 소식에 무너지는 날들입니다. 무슨 말을 해도, 응원을 해도 가닿지 못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 수현에게 오빠 찬혁이 있듯,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끝까지 거뜬히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시한부인 삶을 순례하는 날들,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하려고요.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식사하는 순간들이 기적 같은 선물이라고요. 모두가 지금 가장 피어나는 중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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