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산에는 월미공원이 있고
더욱 짙어지는 안개에 사진도 찍을 수 없게 된 포구를 나와 월미산으로 갔어요. 월미산은 해발고도 108미터의 산이고 월미공원이 있습니다. 입구에는 노란색 커다란 현수막이 보이네요. “인천상륙작전으로 가족도 잃고 고향도 잃은 억울한 월미도 원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귀향대책을 수립하라!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월미도 원주민들의 한과 눈물은 이제 멈추어야 합니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매일 한 사람씩 농성을 이어간다고 들었어요. 농성의 내막은 강변구의 책 『그 섬이 들려준 평화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었어요. 조금 있다가 말씀해드릴게요.
전후 회복기를 거치면서 월미도 해안 매립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됩니다. 주거지와 횟집거리가 들어서고 1988년에는 문화의 거리로 정비되어 수도권의 해양관광지로 거듭나지요. 2001년 10월 13일 군부대가 주둔했던 월미산을 인천시가 매입하여 공원을 조성하며 개방합니다. 만남의 광장-돈대 삼거리-숲속의 쉼터-숲 오름길-만남의 광장으로 이어지는 2.3 킬로미터의 월미산 둘레길은 사랑스러워요. ‘월미공원 8경’과 ‘나무 8경’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월미도로 가는 길, 인천항 7부두에는 사일로벽화가 볼 만 합니다. 사일로(silo)는 대량의 곡물이나 시멘트 따위를 저장하기 위한 구조물인데요. 1979년에 건립된 것이라고 해요. 수입 곡물을 보관하던 산업시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낡아서 애물단지가 되었는데 아름답고 힘차고 세련되고 현대적인 벽화로 재탄생하게 되었지요. 밀짚모자를 쓰고 추수하며 환히 웃는 거대한 사람이 보여요. 믿음직스런 모습입니다. 즐비한 사일로에 그려진 벽화는 책장의 책등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지런히 진열된 맥주 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일로벽화에 담긴 이야기가 더 있어요.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측에서 미술전문가 22명을 동원해서 만들었는데 둘레는 525미터, 아파트 22층에 달하는 높이로 48미터이고요. 사용된 페인트 양은 무려 86만 5,400리터에 달한다는군요. 그 거대한 작업을 100일 만에 해냈다니 더 놀랍고요.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점도 자랑스럽습니다. 즉각적 용도가 사라진 낡은 건물을 바로 철거하거나 허물어버리는 게 아니라 새롭게 탄생시키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월미도 초입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곳은 항만이라는 입지 특성 때문에 해가 지면 암흑천지로 변하는데요. 멋진 작품을 밤에도 활용하기 위해 계획된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건물 외벽에 조명을 비추어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가 진행된답니다. 단 10분 시연 운행된 장면을 사진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위의 사일로는 안개 속의 아침, 제가 찍은 것이고요. 아래의 사일로는 신문에 소개된 사진입니다. 코로나로 당분간 운영 계획이 없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적극 활용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월미바다열차 차례입니다. 이 열차에 숨은 사연이 많았어요. 만들다가 말다가 시시비비를 가린다고 소란스럽다가 차라리 고철더미로 파는 게 낫다는 말까지 있었거든요. 다행히 완성하여 이렇게 운행 중입니다. 바다와 접한 6.1킬로미터 구간을 3층 높이에서 달리고요. 월미도 경관과 인천 내항과 인천 바다와 인천대교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해가 질 때 특히 아름다워요. 월미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 작지만 부지런하고 확실한 존재감입니다. 간신히 달리게 된 열차에게 파이팅을 해주었습니다. 시작은 불안했지만 오래오래 그 길을 신나게 달리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