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검진센터는 터질 듯하지 않았나? 다들 검진 끝냈는지? 며칠 전부터 두려움에 떨었다. 내시경 때문에. 일반 내시경 받다가 힘들어서 수면으로 받는데, 눈떠보니 수면이 안 되어서 못했다고. 해서 다시 금식하고 일반으로 받은 경험이 있다. 돈은 잃고, 고통은 얻고. 하여 어떻게든 내시경은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검진표 작성하고 동의서에 사인했다. 위내시경 중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고지였다. 수면 실패의 전례를 말씀드리니 참고하겠다고. 그리고 생각하니 이렇게 떨 일이 아니었다. 건강검진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것도 감사. 혹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지금의 순간은 귀한 것. 식구들에게 문자 보냈다. 안부와 당부를 짧게. 혈압은 괜찮았다. 몇 해 전 드높이 치솟았던 기억이 있는데 아니었다.
눈뜨니 자고 있었다.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잠식한다. 많은 일들이 그런 것 같다. 잃어버릴까, 사라질까, 망쳐버릴까 서둘러 그다음을 부풀려 선험 한다. 실제와는 극명히 다른 부풀린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지나고 보면 과대한 감정인 경우가 많고, 그조차 이내 가라앉게 될 텐데.
수면내시경은 그새 9만 원이 되었다. 많이 올랐네. 돌아와 기진맥진 잠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거뜬해서 책도 읽고 화분도 살펴보다가 깨달은 것은 아, 나 깊은 수면을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