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 버튼을 눌렀는데 버스가 서지 않는다. 순간 생각한다. 내가 누르지 않았나. 그럴 수 있지. 일찍 나왔으니 한 정거장 걸어서 산책이나 하자. 다시 하차 버튼을 눌렀는데 또 서지 않는다. 이건 아닌데 뭐지 하다가 뒤늦게 소리친다. “왜 안 내려 주세요?!” 기사님은 그제야 “아, 미안합니다.” 하고 길 중간에 내려주신다.
이른 아침, 인적이 드문 낯선 거리, 돌아가기도 멀고 다음 정거장도 멀고, 8차선에 건널목도 멀고. 해서 전 정거장을 향해 달리기로 한다. 그곳에서 전철로 환승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앱을 켜고 헤매기 시작. 아슬아슬하게 출근했다. 그날 아침은 아주 길어졌다. 기사님은 대체 무슨 생각에 빠지신 걸까.
어느 날엔 미안하다며 급히 정차하시고는 공원 옆 화장실로, 주유소 화장실로 연달아 달려가시기도 하고, 어느 날엔 상가 건물 약국을 향해 달려가시기도 하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이 서넛 될 때면 졸던 나도 놀라 깨곤 하는데 기사님은 괜찮으실까. 긴 노선을 운전하는 일은 얼마나 고단할까. 차고지에서 차고지까지 무사히 달리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오늘도 무사히,라는 기도를 저절로 하게 된다.
멈춰야 하는 순간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달려야 하는 순간을 잊지 않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다. 아, 용감하게 소리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