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거북이가 잠을 안 잔다. 이 계절이면 깊은 잠에 빠져야 하는데. 동면 동물이 잠을 안 자면 어떻게 될까. 96년생(!) 우리 집 거북이는 베란다에서 거실로 왔다 갔다 하다가 빨래통 옆에 숨어 있기도 하고, 요가 매트 옆에서 놀기도 한다. 공복에 움직이다니 힘들지 않니, 먹이를 주었는데 먹지도 않는다. (봄여름에 몹시 먹고 늦가을부터 양을 줄이다가 겨울에는 잠만 자곤 했는데)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다니 불같은 사랑에 빠졌니, 묻자니 혼자다.
겨울인데 가을 꽃게가 풍년이라고. 수온이 평년보다 1~1.5도 높아져서 겨울잠을 안 자고 연안에서 활동하는데, 물렁게가 많아서 상품성은 떨어진다고. 반면 찬물을 좋아하는 까나리는 흉년이라고 한다. 겨울 옷도 난방 용품들도 판매가 부진하겠구나. 이상 기온에 여기저기 난리다. 자야 할 때 자고, 먹어야 할 때 먹고, 그런 당연이 어려워진다면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거북이가 조용하고 느리다는 생각은 오해다. 물론 늘 묵언을 하지만 행동은 민첩하고 머리가 좋고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 (이 녀석은 화가 많고 겁이 없고 저돌적이다) 거실로 못 들어오게 문을 아주 조금 열어놓았는데도 그 틈으로 머리를 디밀고 각도를 틀어서 몸을 디밀고 결국 입성하여 원하는 장소를 쟁취한다. 재밌는 걸 찾으러 이 방 저 방 다니는데 발각되면 얼음인 척한다. 그냥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시 움직인다. 어디 어떻게 사나 보자, 청소는 했니, 요새 뭐 하고 사니, 살피는 것 같다. 그 뒤를 따라다니다 보면 높으신 분을 보좌하는 기분이다.
추워져서 다행이다. 겨우 잠들려는지 조용하다. 조심조심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