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안 봅니다

by 김박은경


왜냐하면 너무 재미있어서요. 안 보고 참으면 신속하게 기사로 뜨니 갈증을 채울 수 있습니다.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는 어김없이 걸려듭니다. 걸려들어 보다가도 냉정하게 돌아서게 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고난과 역경”이지요. 드라마에서까지 힘든 걸 참고 싶지 않아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고난과 역경의 요소 없이 시청자를 사로잡기란 불가능합니다. 그것도 참신하고 곡진한 고난과 역경으로 일일우일신해야만 해요.


BBC에서 한국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에 대한 기사를 냈습니다. (2023. 12. 9. “K-drama: The women pushing boudaries on TV”) ‘매우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결혼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여자 주인공’의 등장에 대해서요. <닥터 차정숙>, <힘센 여자 강남순>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 드라마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적당히 새롭고 희망과 용기를 주고 대리만족의 쾌감까지 주었으니까요.

제가 아는 여성들 태반은 BBC에서 짚어내는 여주인공의 특성과 거리가 멉니다. 제가 사랑하는 K는 아픈 가족들을 돌보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합니다. 이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하고요. 자신을 위해서는 아주 잠시의 시간도 돈도 허락하지 못합니다. 견딜 수 없는 임계의 순간까지 묵묵히 버티고 있습니다. 아슬아슬 불안하고 걱정스럽습니다.

드라마는 현실과 환상(혹은 이상 같은 것)의 변주입니다. 그 속에서 유독 끌리는 부분이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K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이기적 자기 사랑과 선택을 따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정말로 그녀 삶의 유일한 주인공이니까요.


p.s. 제일 사랑하고 가장 돌봐야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는 곧잘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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