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자들을 위한 섬
살구꽃을 비롯한 각종 꽃과 함께 월미도 북단의 백사장은 유원지로 개발됩니다. 거류민 중 월미도 백사장에 해수욕장 만들자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이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한 것은 조선신보사였다고 해요. 기차박람회, 자전거대회 등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개최하여 구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신문 판매 부수를 늘이고자 노력한 것이지요. 1909년 한시적으로 설치한 해수욕장이 큰 인기를 얻고요. 이렇게 시작된 해수욕 행사는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사와 경성신보사가 가세해 더욱 활성화됩니다. 매일신보사는 1912년 묘도에 탈의장을 갖춘 해수욕장 가설하고 왕복임시열차 운행하는 등의 이벤트를 벌이지요.
1904년~1905년 만주와 한국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러일전쟁을 벌이는데요. 일본이 승리합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라고도 하지요. 러시아는 패배의 결과로 혁명운동이 진행되었고, 승리한 일본은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며 월미산 정상에 애탕신사(愛宕神社)를 짓습니다. 신사(神社)란 일본인들이 신적인 존재로 모시는 황실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건물인데 일본인의 천왕 숭배는 뿌리가 깊다고 합니다. 일본이 식민지를 획득하거나 조차권 등을 얻은 지역에는 예외 없이 신사를 세우고 숭배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뿌리가 있는 곳이나 정기를 누를 수 있는 산봉우리 정상에 세웠는데 월미도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인천 동공원이라고 부르는 현 인천여상 자리에 있었던 인천 신사가 유명했고요. 월미도의 애탕신사는 월미산 정상 부근에 1908년에 세워지는데 해방 후에 파괴되고 봉안전에 오르는 계단만 남아 있다가 한국 전쟁 후 없어졌다고 해요.
월미도와 묘도, 용정리 등의 후보지 중 완전한 하기 해수욕장을 월미도에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은 1917년 11월 월미도-인천역 돌제 공사와 관련을 갖습니다. ‘월미도-인천역 돌제 공사’는 인천 축항 공사의 일환으로 내항에 유입되는 토사를 막기 위해 인천역 앞 부두에서 월미도를 연결하는 길이 약 1킬로미터의 돌제를 쌓은 사업인데요. 인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경제계 인사들은 월미도공원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 1922년 4월에 공사를 완성하지요. 월미도와 인천역이 육로로 연결되어 월미도가 섬이 아닌 섬이 됩니다.
1923년 4월 월미도유원회사가 설립되고 그해 7월에 남만주철도주식회사는 월미도에 온천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하수를 끌어 올려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조탕 시설을 짓고 영업을 시작합니다. 조탕은 첫 날 500여 명이 찾아올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요. 이후 해수욕장과 함께 월미도 유원지 대표 유락시설로 인기를 누립니다. 월미도 조탕 영업이 본격화되면서 인천 찾는 행락객이 늘어나게 되지요.
1918년 일제는 낙조와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월미도를 풍치지구로 정한 뒤 녹화사업을 벌입니다. 풍치지구(風致地區)라니 생경한 단어인데요. 풍치(風致)는 훌륭하고 멋진 경치를 말하고요. 풍치지구는 도시 안팎의 풍치 유지를 목적으로 도시 계획 구역 내에 특별히 지정하여 보호하는 지구라고 해요. 월미산을 중심으로 순환도로변에 벚나무를 심고 채벌금지령을 내립니다. 봄이면 벚꽃놀이,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지요. 지금은 여의도로 벚꽃놀이를 가지만 당시에는 월미산으로 갔던 모양입니다.
1920년 4월 18일자 동아일보에는 월미도 벚꽃놀이를 위한 임시 경인선 화열차(花列車) 운행 광고가 게재됩니다. 1924년 4월의 신문 기사를 좀 보세요. 읽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식민지로 사는 모든 시간이 후회와 비참뿐이라면 너무 안쓰러웠을 테니까요. 아무리 힘들고 비참해도 봄은 오고 꽃은 피니까요. 고단한 일상 중 하루 정도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면 다행이지요. 그날의 벚꽃들은 지금의 벚꽃과 같았겠지요. 꽃그늘 아래 하하호호 웃는 얼굴들도 지금 사람들과 같았겠지요. 그날의 밤바다 바람 냄새, 꽃향기가 얼마나 좋았을까요.
인천에 꽃바다-연일 놀이도 많다
봄이 깊어갈수록 인천은 꽃의 바다를 이루어간다. 월미도(月尾島)로부터 송림산(松林山)까지 꽃은 웃음을 띄운다. 이때 인천에서 곳곳이 일어나는 꽃놀이는 연일 계속되는 모양인데, 우선 몇 곳의 꽃놀이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4월 26일은 송림산 수도저수지 근처에 부청관앵회(俯聽觀櫻會)가 있고 같은 달 27일 월미도에는 조선매일신문 주최의 관앵대회가 있고, 5월 11일에는 용산철도국 주최의 가족 관앵대회가 월미도에서 열릴 터이며, 그 외에 조선신문 지국 주최의 야행대회(夜櫻大會)가 만개시 10일간 동공원(東公園)에서 열린다고
-동아일보 (1924.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