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표현

by 서다비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을 파악하는 것에 굉장히 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예쁘게, 잘, 멋있게 포장하고 말하고 싶어서 여러 수단을 써봤지만 안타깝게도 재능이 없었다.


그래도 나를 잘 알고 싶어서 15년 넘게 일기도 썼지만, 그건 내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 뿐 감정을 민감하게 캐치하거나 그 이상의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였다. 나는 생각이나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야 비로소 명확하게 인지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대화가 아니라 단지 말할 상대가 필요한 적이 많다.


’a가 불편한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혼자 고민했을 때 생각이 나오지 않자, 회사 동료에게 “이게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럼 이건 이렇게 하고, 이럴 땐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대로 말하니 동료가 “그거 괜찮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하는 꼴이 우습긴 했지만 나는 해답을 얻어 뿌듯했다.


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에필로그만 마무리하면 글이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뭘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상태에서 고민만 하다가, 이대로는 시간만 축내겠다는 판단이 들어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에게서 글을 떠나보내는 순간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게 어떨까?’하고 지금의 내용이 떠올랐다.


물론 나에게 이런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참는 것에 익숙하지 표현하는 것에 미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자기 생각을 잘 발전시키는 사람이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한다. 그래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며, 상황을 발전시키는 건 대화가 아닐까 싶다.


그다음은 필요한 것은 행동이다. 이야기를 나눈 후에도 이전과 똑같다면, 대화를 나누기 위해 했던 노력이나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고민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 나는 되도록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서려고 한다.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일깨워 주거나 글에서 좀 더 나를 표현하라고 조언해 주는 등 열심히 나를 두드려준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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