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_타인들 사이의 나

by 서다비

내가 주로 사람들과 부딪치는 곳이 회사여서 회사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본질은 '타인들 사이의 나'이다.


주로 1:1로만 관계를 맺거나 주어진 일만 해서 타인과 깊게 부딪치지 않았던 시기에는 나에 대해 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지만, 나라는 사람을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가 편한 대로만 행동하며 살았다. 하지만 깊은 관계 속에서 수없이 많이 부딪쳤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타인과 비교했을 때 내가 어떤 곳이 단단하고 어떤 곳이 무른지, 어떤 것과 함께 있을 때 더 빛을 내는지, 내가 낼 수 있는 빛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말이다. 혼자서는 절대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을 타인들과 세게 부딪치며 점점 더 깊게 알아갈 수 있었다.


나는 타인에게 기댈 줄 몰랐고, 인생은 결국 혼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니까 내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여태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건 타인들의 도움이 있어서라는 것을 말이다.


제아무리 천재라도 그 천재성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줄 리 없다. 게다가 천재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기는 힘들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해야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평범한 축에 속하는 나는 회사 생활의 한 조직일 뿐, 혼자서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선 제품이 있어야 하며, 라이브 방송을 하기 위해선 쇼호스트가 필요하다. 이처럼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약점을 부정하기보단 강점으로 보완하는 것이 심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편하다.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거나 도움을 청해 함께 해나가면 된다. 나에게도 장점이 충분히 있으며, 못하는 것을 잘하려 애쓰기보단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것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이전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A밖에 없어 이 방법으로만 행동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B로 행동하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우울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악착같이 B의 행동을 배웠고 이제는 A, B를 둘 다 아니까 A를 선택하거나 B를 선택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섞어서 행동할 수도 있다. 그렇게 나와 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생겼고 삶이 더 재미있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이해력도 넓어졌다. 이전의 나는 A밖에 행동을 못하는 사람이었어서, 타인이 왜 B의 행동을 하지 못하는지 이해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게 되었다.


똑같은 상황일지라도 각자의 성향이 다르기에,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사람 수만큼 다를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그 순간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이 해결법이라고, 이렇게 하면 수동적 인간을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나는 어떻게 하지? 나에게 맞는 방식은 무엇일까? 라고 잠깐 떠올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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