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아는 척했다. 사실은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채, 깊숙이 숨어있는 질투, 욕심, 이기심 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런 것이 없는 것처럼 지내왔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사는 동안 조금씩 불편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걸 깊숙이 감춰두었으니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그런 감정을 일으키는 것 자체를 없애야 내가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나 상황 등과 맞지 않는다고 여기고 손절을 쳤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충격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대화하지 않고, 변화의 가능성을 무시한 채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확하게는 이유도 알 수 없는 채 인연이 단절당한 것이니 말이다.
물론 그러는 내 마음 또한 편하지 않았다. 그럴만했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긴 했지만 진짜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문득문득 그 사람이 떠올랐고, 꿈에 나타날 때면 깨어나고 난 후 심히 괴로워했다.
그렇게 자책하는 시간을 오래 겪고 나서야 나는 내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 이상 사과가 늦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 잘못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 수정한 뒤 당사자에게 전했다. 다행히도 그 친구는 내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런 과정이 몇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나는 아직도 내 감정을 파악하기에 멀었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참아 넘기지 못할 불편한 상황이 왔을 때 ‘나를 이렇게 느끼도록 만들었어? 너도 내가 느낀 감정을 느껴봐.’ 하는 반발이 일어나 말을 와다다 쏘아붙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친구들의 갈등 해결 과정을 들을 때면 정말 모범적이라고 생각해 감탄하여 엄지를 들어올린다.
이제는 나를 빠르게 단련 시키는 방법을 안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 자주 부딪쳐봐야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다각도로 생각을 하고, 말이나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위기 상황에 빠지게 할 수 없어서 소설 작가를 포기하고, 게임도 길드가 필요 없는 간단한 걸 하고, 사람 간의 미묘한 기싸움이 싫어 모임에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갈등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 내 솔직한 감정을 쓰고 다듬으면서 조금씩 단련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게 나 스스로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점차 행동하는 것에 걱정이 조금씩 없어지는 듯싶다. 이전에는 ‘이렇게 하면 이런 문제가 있지 않을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많아서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정말 소극적이었는데 지금은 잠깐 고민이 들었다가도 ‘일단 해보지 뭐. 안 되면 벌 수 없는 거고.’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내 생각엔 나이를 먹음으로써 용기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서 하나하나 해왔던 새로운 시도들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기에 두려움이 줄어드는 듯싶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미션을 통과하면서 경험치를 쌓아가고 레벨을 올리곤 한다. 하지만 현실과 게임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은 적당한 경험치로 레벨 업을 할 수 없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때론 억까당한다 싶을 정도로 커다란 시련을 통과해야만 레벨 업할 수 있는 때가 있다.
나는 그런 힘든 일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적당히 살아왔지만, 뒤늦게 큰 시련과 고통을 얻고 나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안락하게 살고 있더라도 이 평온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내가 직접 알고 행동하지 못하면 언젠가 큰일을 겪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엔 이렇게 순진무구하거나 쉽게 얻어 가려는 성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해내려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평온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희생이 있거나, 아직 찾아오지 않았거나, 돈으로 유지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제대로 막기 위해선 스스로 해결할 줄 아는 마음가짐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당장 닥친 시련이 없으니 이러한 마음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그렇게 있다간 더 큰 시련이 올 수 있다. 그때 돼선 손으로 막을 수 있는 것,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하나하나 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적극적으로 레벨 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늘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