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어느 정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내 글이 출판이 될까?’
나와 비슷한 고민(직장 생활이라던가 수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 등)을 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을 것이기에 이 글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이 1차적으로 편집자의 마음을 이끌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쪽에 관해선 초보자라 잘 몰라 불안했다.
분명 이쪽은 이쪽 세계의 나름의 규칙이 존재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말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정보가 하나도 없이 낯선 나라에 방문해야 하는 여행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과장하자면 이곳은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수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단순히 길을 물어보는 것조차 경찰에게 잡혀가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나중엔 이 글을 수정하기 어려울 수 있고, 지금 놓치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장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리저리 검색했다. 역시나. 정보의 세상답게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코시국에 책쓰기가 성행했기에 그 시기에 맞추어 출판사나 작가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어 글 쓰는 것에 대한 여러 관점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 신기하게도 다들 하나같이 똑같이 얘기했던 게 있었다. 그건 바로 글쓰기 자체가 작가 스스로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본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일단 쓰세요.”
이 말에 공감을 많이 했다. 신기하게도 생각을 쓰면 쓸수록 그것이 고갈되는 게 아닌,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속이 꽉 차 배를 누르기만 해도 토해내는 것처럼, 키워드 단어 하나만을 내 과거의 기억 또는 현재의 생각들이 펼쳐지기도 하고 ‘오늘은 더 이상 뱉어낼 게 없어. 끝이야.’ 싶은 날에도 길을 걷다가 갑자기 이전에 생각했던 짧은 생각이 몇십 줄로 쭉 떠오를 때가 있었다. 이처럼 글이 쏟아져 나오는데 불안감은 무슨. 그 순간 고민이 사라졌다. 대신 이걸 잘 완성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는 과정은 조금씩, 하지만 끝까지 찾아보았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 즉 고백은 자신을 뱉어냄으로써 탈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잘 한 것도 있을 것이고,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모두 뱉어내고, 자신이 했던 생각이나 행동들을 인정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목표 퀘스트를 달성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중에서 일부분만 인정하거나 변명하면 안 된다. 오롯이 스스로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가 주어졌을 때 그 안에서 머무르기보단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아직 퀘스트가 남았다고 이전 단계에서 머물러도 완벽하게 다 깨긴 어려우니까. 더 어려운 단계에 익숙해진 상태일 때에야 이전 단계의 남은 퀘스트를 깨기 수월해진다.
이 게임에는 내가 평소에 추구하는 돈이라는 보상이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계속 나타난다. 그래서 계속해서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막히면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그랬더니 또 다른 생각이 열렸다.
20대 초반, 소설을 썼을 때 공모전에서 떨어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직 내 경험치가 쌓이지 않아 그런가 보다.’
그 당시 내가 당선된 사람들을 찾아봤을 때 대부분은 20대 중후반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냐. 가능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찰나의 직감을 덮었지만 스스로는 알았던 것 같다. 나는 나만의 열매를 만들기에 충분한 고통의 시간과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내 열매를 맺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익은, 나 자신조차 무슨 열매인지도 모를 것을 내밀었으니 당연히 떨어졌을 수밖에. 그때의 나는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모른 척했던 듯했다. 나에겐 이것 외에 몰두할 만한 게 없었으니 말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 다 비슷할 것 같다. 불안을 간직한 채로, 무언가 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을 가진 채로, 어쩌면 남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을 달성해야 나도 행복해질 거 같은 받으면서 실패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은 안다. 나 스스로를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