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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Lim Mar 05. 2022

스타트업의 코스닥 상장 체험기

(상장심사청구부터 상장식까지의 짧은 소회)

2022년 3월 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상장은 Exit이 아닌 거쳐가야 할 하나의 마일스톤으로서 오히려 상장 후에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장 과정을 겪으면서 회사가 한 단계 성장하였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회적 자본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로서 이런 상장의 경험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로 상장심사청구부터 상장까지의 과정에서 겪어야 될 일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개인적인 짧은 소회를 적어봅니다.


1) 상장심사청구

- 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게 되면 심사절차가 시작됩니다. 예비심사청구서는 회사의 재무, 운영, 법률, 사업, 기술, 생산, 조직 등 전 분야에 걸쳐 세부 내용을 작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후  담당 심사역이 배정되고 수차례의 미팅과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상장 여부를 심사받게 됩니다. 이 과정을 잘 넘기면 상장심의위원회 개최 일정을 통보받게 되고, 반대로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자진철회를 하게 됩니다.

- 약 300여 개가 넘는 서면 질문을 받았고 굉장히 까다로운 질문과 요청사항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창업 초기까지의 재무, 법률 이슈를 확인하는 등 심도 있게 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전자결재를 사용하는 등 준비를 잘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과거 몇 가지 주요 의사결정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넘기기 어려운 이슈들을 보며 다행히 그 당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2) 상장심의위원회

- 외부 전문가와 거래소 주요 임원분들로 구성된 상장심의위원회가 개최됩니다. 약 1-2시간 정도 진행하고 당일 오후에 상장 여부를 통보받게 됩니다.

- 대표자는 위원회가 개최될 동안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위원회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만 대표자를 소환하여 일명 사형선고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타 회사 대표님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위원회에서 나온 질의가 대부분 사전에 준비한 내용이라 편안하게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3) 증권신고서 제출

- 상장심사를 통과하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증권신고서는 금감원의 최종 리뷰 과정입니다. 최근에는 미래 추정 근거에 대한 보완 요구가 많은 편이고, 금감원 리뷰가 끝나면 최종 상장일정이 확정됩니다.

- 금감원 담당자가 리뷰 과정 중에 변경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리뷰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최종 확정일까지 긴장감 있게 대응하였습니다.


4) 기관 수요예측

- 상장일 2주 정도 전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이 진행되며 이를 통해 공모가가 결정됩니다. 신규 상장주식의 약 70%가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됩니다. 하루 평균 5-6회 IR을 약 2주간 진행됩니다.

- 수십 번의 IR을 진행하는 강행군이었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자 대부분이 상장 첫날 매도하고 있고, 특히 IR을 진행하면서도 기업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보다는 상장 당일 따상(상장 첫날 2배 이상의 수익)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VC 등 중장기 투자자들이 수년간 고생하면서 기대하는 수익을 하루 만에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5) 공모가 확정

-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확정합니다. 보통 기관 투자자들의 90% 이상이 제시한 금액으로 공모가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공모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이 단계에서 상장 철회가 가능합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이 단계에서 상장 철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상장 투자에서도 상장시장의 분위기로 인해 투자 밸류에이션 조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아쉽게도 예상 대비 공모가가 낮게 결정되어 투자자들과 내부적으로 공모가 결정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께서 중장기 보유 목적으로 투자를 하셨고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확정하였습니다.


6) 개인 청약

- 기관 수요예측 이후에 개인투자자 대상 청약이 진행됩니다. 통상 약 30%를 개인투자자에 배정합니다. 예상보다 기관 수요예측이 낮게 나와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 사주를 청약한 직원들과 회사를 잘 아시는 분들은 오히려 투자기회라고 생각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7) 상장일 당일

- 오전에 거래소에서 상장계약서 서명과 환영식을 진행합니다. 강세장을 의미하는 황소 기념패, 붉은 넥타이, 마스크까지 선물을 받았는데 자본시장에 아직도 이런 샤머니즘적 관습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 코로나로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행사를 진행합니다. 거래소 1층 로비에 대형 스크린에서 회사 이름과 상장 축하 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보니 비로소 상장이 실감 나는 것 같았습니다.


상장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의사결정의 부담감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이해관계자가 늘어나고 특히 불특정 다수가 투자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보다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다가오는 변화입니다. 또한 해외영업이나 인재 채용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구성원들에게도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다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이번 상장 과정을 겪으면서 비상장 시절 나름 촉망받고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회사였지만 상장시장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을 통해 상장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랫동안 함께해준 구성원들과 믿고 투자해 주신 투자자들 그리고 여러 파트너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창업이라는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모든 창업자분들과 스타트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께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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