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케익
먹는 것은 우리의 기본 욕구입니다.
먹지 못하면 그것만큼 힘든 것은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먹는 것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생일이라는 것은 케이크와 촛불이 시작을 알립니다.
00시가 다가오면 "생일 축하해"를 말해주고
00시가 다시 찾아오면 "니 생일 끝났다."라며 남은 케이크로 장난치며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먹는 것, 특히 생일날 케이크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몸에 밴 습관처럼 익숙하게 먹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생일이면 당연히 케이크를 사고 촛불을 켜고 나눠 먹고 즐기고요.
그런데, 당연하게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제 아들입니다.
아들은 케이크를 먹지 못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크림을 먹지 못합니다. 먹고 나면 유제품 알레르기가 생기면서 감당 못할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 생일날 두 딸의 생일 때는 가장 좋아하는 과일 많이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 블루베리 케이크들을 사주기도 하지만 아들 생일에는 생크림케이크를 대체할 수 있는 것들로 궁리하기도 합니다. 가끔 대형피자에 초를 꼽고 축하해주기도 하고요. 크림이 전혀 없는 케이크를 찾아서 해주기도 합니다.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유명한 케이크집을 가면 거의 싱싱한 과일이 올라간 생크림케이크가 엄청난 비주얼을 자랑하면서 조각 또는 홀케이크로 팔기도 합니다. 과감하게 주문할 때면 아들을 생각해서 별도의 빵을 주문하기도 하고요. 사실 아들 생각해서 거의 생크림 케이크를 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니면 껍질 없는 과일과 생크림을 걷어내고 주기도 합니다. 물론 본인이 용기 내서 먹고 싶다고 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지난번 과일 골라먹기 일상처럼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무던하게 아무거나 잘 먹어주는 아들이길 소원했지만 기대와 달리 아들은 몸상태를 감안해서 골라 먹어야 할 음식이 많은 사나이입니다. 속상한 마음에 개선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아보고 지냅니다.
그렇게 늘 제약조건이 많은 채로 살아가는 아들을 볼 때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들을 위한 음식이나 간식을 찾아서 사주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두 딸들을 생각해서 때로는 딸들을 위한 음식을 꼭 사서 먹고 아들을 위해서 별도 음식을 사긴 합니다. 한 사람 때문에 4명이 늘 못 먹는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지내면서 늘 그렇게 지내는 것이 10년이 넘어가니까 이제 일상이긴 합니다.
"와아. 생크림케이크 진짜 맛있겠다."
" 아들 때문에.... 그래도 사자. 딸들이 먹으면 행복해하겠다."
"아들 위해 다른 빵들 사갑시다."
이런 대화가 이제는 익숙합니다. 그렇지만 늘 마음에 품는 생각은 얼른 커서 몸이 강해져서 웬만한 알레르기 음식들은 감당하는 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변치 않습니다.
그렇게 익숙한 날들 중 어느 날,
제가 일하면서 빵을 얻어온 날이 있었습니다. 앙버터를 흉내 낸 빵인데 팥과 크림이 듬뿍 들어간 빵이었습니다. 크림은 물론 생크림입니다. 그 빵을 꺼내 들고는 살짝 고민하다가 아들이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오오. 맛있는데요."
"괜찮니? "
"네에. 괜찮네요."
와우.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니고 큰집에 당첨된 것도 아니지만 그 어떤 일보다 행복했습니다. 뛸 듯이 기뻤습니다. 중2가 되더니 식성이 바뀌더니 이젠 생크림이 들어간 빵도 먹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맛있어서 아침대용으로 먹겠다고도 하는 것입니다. 딸들은 맛이 없다고 하는 빵을 오히려 아들은 맛있다면서 먹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생크림빵입니다. 물론 냉장고에 넣어서 아주 상큼하게 잘 준비된 빵이긴 하지만요.
그런 일이 생기니까 부모로서는 슬쩍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제 생일날 케이크를 사게 되었습니다. 생크림케이크를 살 수밖에 없었는데 아들에게 살짝 먹어보도록 권했습니다. 조금만 먹기로 해서 일반적으로 8 등분한 케이크의 반을 더 잘라서 꼬맹이 케이크를 건네줬습니다.
"오오. 괜찮네요. 그런데, 조금만 먹을게요."
그 시식만으로도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이제 생크림 케이크도 조금 먹을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제 일보다 아들의 일은 두 배이상 더 기뻤습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점점 식성이 바뀌더니 조금씩 몸이 유제품 알레르기도 극복이 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돈을 모아서 러닝화를 사준 것보다 더 기쁘고 기뻤습니다. 이런 날이 올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에 엄청 행복했습니다. 얼른 다른 알레르기들도 극복해서 맛있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고 함께 즐기는 무탈 무적 아들이길 소원해 봅니다. 그 모습을 본 딸들도 함께 즐거워해줬습니다. 그렇게 오빠가 자기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고 밉다고 하면서도 오빠가 생크림을 극복해 가는 것을 보면서 함께 기뻐해주는 것을 보니 가족은 가족인가 봅니다.
진짜 기뻤습니다.
아들이 알레르기로 음식들을 어쩔 수 없이 골라 먹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어느 순간,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잎으로도 아들이 용기 내서 먹고 괜찮은 음식이 더 많이 생기도록 잘 도울 생각입니다.
아픈 것을 보면서 내가 아파주고 싶다.
아이들이 아기일 때 말도 못 하는데 병원을 가고 링거를 맞고 울면서 누워있으면 늘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대신.. 대신... 그런 마음으로 지내면서 아빠로 지냈습니다. 아들이 못 먹는 음식이 자꾸 생길 때마다 속상한 마음은 두 배사 되었고요. 그렇지만 어느새 조금씩 나아져서 다행입니다.
늘 꿈꾸는 것은 저보다 나은 아이들입니다.
아들은 못 먹는 음식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두 딸들도 다 같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때로는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으로 알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작은 것에 행복하기로 합니다. 읽어주시니 약속을 지키듯이 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unsplash의 toa hefti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