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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3 #15

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날이 더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걸을 때마다 생각보다 추위가 서늘하게 스치는 날들도 있습니다.



늘 이때가 되면 혹시라도 갑자기 다가와버린 추위 때문에 힘든 사람은 없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제발 올해 겨울에는 추위로 갑자기 아프신 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길을 걸으면서 감동을 느끼고 재밌었던 것들을 찬찬히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고목도 싹을 틔우게 하는 그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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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거나 뛰기도 하는 길가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습니다.



햇빛이 아주 멋지게 내리쬐는 길을 걷는데 그 햇살아래 고목이 보였습니다. 전봇대보다 일자로 자라지는 못한 고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목에 나뭇잎들이 푸릇푸릇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햇살을 가득가득 받고 매일을 살아서인지 나뭇잎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희망'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저 나무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고요.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붙잡고 매일을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2. 내가 혹시 이렇게 살고 있을까?

길에 있는 화분을 보다가 이쁜 화분 색깔에 눈을 떼지 못하다가 화분 위에 올려진 앵글에 눈이 멈췄습니다.



그 앵글 안에는 화분의 풀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걸 한참 보다가 드는 생각은 앵글이 꼭 저와 같았습니다. 삼 남매와 살면서 늘 아이들을 미리 단속하고 실수마다 과하게 혼내면서 챙긴 것이 아주 잘한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는 아빠가 되겠다고 하면서 매사에 울타리로 꽁꽁 챙기고 산 것은 아닌지라고 생각하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3. 너를 지켜보고 있다..

출근을 하다가 혼자 웃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길가에 빼꼼히 나온 도시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그 목적과 이유는 잘 알지 못합니다.



목적은 모르지만 혼자 웃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길바닥을 뚫고 빼꼼히 나와서 눈코입 전부 있는 얼굴이 저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 웃었습니다. 두더지 같기도 하고요. 그 모양새에 그냥 한번 웃고 지나갔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알록달록 라면처럼..

알록달록 라면을 보면서 아이들과 아주 신나 하면서 웃는 어느 동네 편의점이었습니다.



수많은 라면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결혼생활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와 살고 있는 지금까지 은근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아내는 그 일들에 대해서 한 번도 저를 탓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삼 남매를 챙기느라 손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기도 했고요. 마음이 아프고 아파서 공황장애가 와서 숨이 안 쉬어지기도 했고요. 그러면서도 제가 생각을 바꿔서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기다려준 것이 생각났습니다.



늘 제가 고집부리고 독단결정해서 진행한 것들이 온통 엉망진창이 되기도 했고요. 여차하면 백수가 되기도 하고요. 그랬던 시간들이 각양각색 라면의 색깔처럼 수많은 일들로 보였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서 이제는 조금씩 아내 마음을 이해하고 아내가 기다려준 시간의 두 배의 노력을 더해서 마음을 고쳐먹고 행동을 바꾸고 말을 다르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내에게 '감사'한 순간들이 라면의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지나온 시간보다 함께 할 시간들은 아내가 속상하고 힘든 시간보다 함께 행복하고 좋은 시간들로 채우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3. 또 다른 시선..

마법의 성 같아서 찍었다고 합니다.



중2 아들은 친구들과 학교가 끝나면 각자 공부를 하고 공부가 끝나면 저녁에 모여서 축구를 하다가 집에 옵니다. 땀이 흠뻑 젖어서 오는 아들에게 우리는 종종 장난반 진담반으로 '담배? 등등' 농담으로 합니다. 그런 우문에 현답으로 "엄마! 아빠!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축구만 하다가 왔어요."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오히려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들이 요새는 컴컴한 저녁에 집에 올 때마다 감성이 자극받는지 사진을 찍습니다. 낮이나 아침보다는 언제부턴가는 늘 컴컴한 저녁에 사진을 찍고 주말이 되기 전에 저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마법의 성같이 느껴진다는 그 느낌이 재밌기도 하고요.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운치는 많이 느끼지 못하고 아침 일찍, 저녁 늦게 집에 오고 가는 중2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요. 그런 순간에도 재밌는 사진을 찍고 아빠에게 건네주는 아들이 매우 사랑스럽고 고맙기도 합니다.



햇살은 늘 생명력을 덤으로 주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등짝을 내리쬘 때는 덥다고 땀이 벌벌 난다고 짜증을 냅니다.

따스한 햇살이 정수리를 내리쬐면서 따스함을 느낄 때는 제가 살아있고 느낄 수 있다고 엄청 감사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길을 걷다가 고목이 나뭇잎을 틔울 정도의 생명력을 준다는 것을 느끼면서 햇살의 소중함도 느끼는 시간입니다.



아내를 매일 보면서 점점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남편, 아빠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감사'를 알아가다 보니 아내와 함께 일어나고 각자의 일을 하다가 다시 만나는 저녁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야간근무를 하고 와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쉬다가 아내가 돌아오는 모습을 만날 때면 아무 말도 건네지 않습니다. "여보! 커피 한 잔 어때요?"라고 하면서 제안하면 "그래요!" 하면서 같이 1시간이라도 잠시 나가서 차 한잔 오고 들어옵니다. 그런 아내와 살고 있음에 대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깨알은 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길을 걷다가 처음 깨알을 만난 날을 기억합니다. 돈도 없고 직장도 잃고 지내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제안받고 일을 시작하면서 맘고생을 하느라 점심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가정을 위해 돈만 아니면 가고 싶지 않은 직장을 가느라 출근길을 걸어가다가 만난 길바닥 깨알을 보고 위로받고 '피식'웃으면서 사진 찍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조금씩 사진 찍고 글을 쓰다 보니 꾸준히 쓰고 있고요. 이제는 아내가 소중하게 여겨지면서 아내에게 늘 '감사'를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길바닥 쓰레기 한 주먹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별거 아닌 것들로 토요일마다 글을 적고 있지만 책으로도 낼 수 없고 신문에도 기고문도 될 수 없는 휴대폰 사진과 메모 같은 글이지만 이 글을 올리면서 저는 가정의 소중함과 모든 사물의 귀함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늘 토요일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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