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톺아보다. +8

황홀함

제 마음 안에 있는 감정을 돌아보고 점검해 보는 시간이 늘 마음 묵직합니다. 묵직한 이유는 자꾸 제 마음 안에 있는 감정을 하나둘 알아가면서 재밌다기보다는 늘 당황스럽습니다. 진짜 몰랐던 마음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과거의 저를 만나야 하고 그런 제가 지금도 살아있으면서 여전히 서툰 것이 창피하기도 합니다.



이제 여덟 번째 시도인데 여전히 서툰 저를 만나는 것을 힘들어하기보다는 좀 더 고쳐내는 것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생기고 있어서 소득이 있습니다. 제 감정에 서투니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알아가면서 저의 동반자 아내의 마음을 조각조각 알아가는 맛이 있습니다.



조각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똑같은 상황에서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다 보니 제대로 몰라준 저, 제 감정을 제대로 표현 못해준 저를 알아가면서 1000명의 저를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서툴고 부족한 1000명의 저를 대해주고 기다려준 아내를 더 생각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으로 수정 중입니다. 오늘도 그런 노력 중에 이번에는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긍정적인 감정

긍정적인 감정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감정들입니다. 대표적으로 행복과 사랑이 있습니다.


황홀함



이 단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이렇습니다.

"아! 그때 그랬지!!" "이걸 어떨 때 느꼈을까? 진짜 그 마음일까?"

그 마음이 저의 솔직한 감정이었을까라는 생각과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문으로 번역하면

"황홀함"은 현대 한국어에서 매우 아름답고 찬란하여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뜻합니다. 이를 한문으로 옮기면 여러 표현이 가능합니다:


"황홀(恍惚)"을 한문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恍 (황) : 아득하다, 희미하다, 정신이 흐릿하다.

惚 (홀) : 정신이 흐려지다, 넋을 잃다, 마음이 집중되지 않다.


따라서 恍惚은 정신이 아득하고 넋을 잃은 듯한 상태를 뜻합니다.

현대 한국어의 "황홀하다"는 단순히 정신이 흐려진다는 의미를 넘어, 매우 아름답거나 감격스러워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상태를 표현합니다. 고전 한문에서는 "恍惚"이 주로 몽롱함, 아득함, 정신이 집중되지 않는 상태로 쓰였고, 후대에 문학적으로 "매혹됨, 도취됨"의 의미로 확장되었습니다.

황홀(恍惚)은 한문에서 "정신이 아득하고 몽롱한 상태"라는 뜻이고, 현대 한국어에서는 "아름다움이나 감격에 넋을 잃은 상태"로 발전한 표현입니다.



독일어로 번역하면

Verzückung :종교적·예술적 맥락에서 쓰이며, 황홀경·도취 상태를 강조

Entzücken: 기쁨과 매혹을 표현, “황홀한 기쁨”에 가까움

Begeisterung:감격, 열광, 큰 기쁨을 나타냄

Faszination: 매혹, 매료됨을 강조, 시각적·감각적 매력에 자주 사용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면

Estasi(에스타지) → 황홀, 황홀경, 도취

Incanto(인칸토) → 매혹, 마법 같은 황홀함

Rapimento(라피멘토) → 넋을 잃은 상태, 황홀경


“황홀한 기쁨” → Estasi di gioia (에스타지 디 조이아)

“황홀한 경치” → Incanto del paesaggio (인칸토 델 파에사조)

“황홀경에 빠지다” → Cadere in rapimento (카데레 인 라피멘토)


Estasi (에스타지)**이며, 문학적·시적인 맥락에서는 Incanto (인칸토)도 자주 사용됩니다.



오늘도 단어들을 접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거나 만난 상황으로 접한 외국어로 번역해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나라가 다르더라도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그 감정을 충실히 느끼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황홀'하다는 느낌은 제게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감격' '감도'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잃음'정도로 느끼는 감정으로 느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낀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결혼 전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거나 처음으로 해 본 상황들에 대해서 '황홀'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결혼 전에 저는 사실 '황홀함'을 느끼는 것은 멋진 경치와 더불어서 패션쇼를 볼 때였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칼라와 소재, 패턴, 디테일이 살아 있는 패션쇼 옷들을 보면 짜릿하면서 황홀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꼭 사람들이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소재를 개발하고 아름다움이 극치인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꼭 유럽에 가서 제가 디자인한 옷들을 런어웨이에 선보일 때마다 양쪽에 앉은 분들이 '황홀함'을 느끼고 "어떻게 저렇게 디자인했지?"라면서 깜짝 놀라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황홀함'이란 남들보다 다른, 독특한 생각을 현실화시켜서 보는 이로 하여금 '깜짝 놀람'을 통해서 '황홀함'을 느끼게 해주는 옷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꼭 입어야 제 맛인 옷보다는 보는 순간, 볼 때마다 '황홀'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입이 벌어지고 손뼉을 칠 수밖에 없는 옷을 만드는 것을 추구했습니다. 그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 시즌마다 오뜨 꾸띄르'패션쇼가 시작되고 관련 화보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스크랩도 했고요. 그 느낌을 살리겠다고 패션회사를 다니면서도 늘 특이한 옷들만 골라 사 입었던 것도 생각나서 혼자 웃었습니다.



결혼해서는

아내와 본 부산의 바다가 황홀했습니다.

'이 바다를 보고 올라가서 어른들께 인사한다는 생각과 이제 이렇게 이 사람과 결혼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그 마음이 가슴속에 가득 차오르면서 부산 태생이라서 늘 자주 보던 바다인데도 그날은 느낌이 달랐습니다. 바다의 높고 낮은 파도가 모두 음악소리같이 들렸고요. 일렁거리는 물결의 모습들이 모두 각양각색의 노래같이 보였습니다. 바다와 맞닿아있는 모래사장이 바다를 돋보이게 해 주는 꽃받침처럼 보였 고요.



제게 황홀함이란 것은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감격과 제가 예측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느끼는 경이로움을 통해서 가슴 전체가 벅차오르는 감동에 대해서 '황홀하다'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에 대해서 돌아보면서 결혼 전과 결혼 후를 비교하다 보면 느끼는 감정의 순간들이 참 다릅니다.

결혼 전에는 온전히 저만의 생각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다 보니 서툴고 표현이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많았습니다. 결혼 후에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들이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이나 가정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주를 이룹니다. 항상 '관계'안에서 느끼는 각양각색의 감정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느끼는 것은 결혼 전에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나 잘못 느낀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감정들이 결혼 후에는 '관계'속에서도 제대로 표현되거나 느끼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았음을 느낍니다.



그렇게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불협화음이 생기는 순간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그렇게 미성숙된 상태로 시작된 결혼생활이다 보니 아내가 오죽하면 '당신과 오래도록 만났다면 결혼 안 했을 거예요.'라는 말도 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저는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이고 아내는 가능하면 참아주는 사람이다 보니 늘 일방적이고 상처가 많은 부부관계였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황홀함'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찾아보고 그 감정대로 느낀 것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적어보지만 역시나 부족한 저였음을 인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고쳐보려고 노력 중이기에 늘 '천만다행'입니다라는 느낌도 들고 있습니다. 늘 이 시간이 무겁긴 해도 이 시간을 넘기면서 해결점과 가능성이 보여서 또 다음 시간을 준비하며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1000명의 저 자신을 대면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상황마다 동일한 감정으로 표현하고 느끼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런 것이 저는 디테일하고 섬세하면서 적극적인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말했습니다. 늘 한결같이 않고 다양해서 종잡을 수 없는 남편과 사는 게 많이 힘들다는 표현이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다양한 상황에서 변수 많고 다양한 감정표현이 저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살아가는 아내'에게는 고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능하면 '가던 길을 가는 것이 편안하다.'는 아내에게 '이번에는 이 길, 다음에는 저 길'을 가자고 하고, 똑같은 상황인데 저번에는 울더니 이번에는 별로 울지 않는 저를 보면서 너무 '어렵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일하면서 성실하게 한결같이 초심을 지키는 것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감정조절과 감정 표현에도 한결같은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황홀한 그 한 마디

아내에게 황홀한 순간을 제공해 준 적이 별로 없던 것 같습니다. 황홀함을 느낀다는 것은 색다른 기쁨과 감사와 감격이 넘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거의 황당함과 감내해야 할 고통만 건네준 것 같고요.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황홀한 그 한 마디' 듣게 해 준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사방팔방으로 여차하면 '갑시다' '해봅시다'라면서 정신없게만 한 것 같고요. 아직 덜 고쳐진 제가 지금 이 순간, 아내에게 '황홀한 그 한 마디'건넨다면


고맙고 사랑합니다. 영원히!! 당신만을



결혼하면서 황홀함의 시작이 어떻게 이어졌는가?

아내와 부산바다를 보면서 느꼈을 때 늘 보던 부산바다가 색다르고 황홀하게 보였고요. 그 이후에는 결혼식장에 아내가 제 팔에 팔짱을 낀 상태에서 하객들 앞에서 힘차게 웃으며 첫 발을 내디딜 때 극치의 황홀감을 맛보았습니다. 모든 하객분들의 얼굴이 한 명 한 명 보이고요. 힘찬 박수로 격려하며 축하해 주시는 손길과 소리들이 우뢰와 같이 들리고요. 진짜 황금 꽃밭에서 아내의 팔의 힘을 느끼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느낌이었습니다. 결혼식장 끝까지 가서 뒤돌아서서 걸어온 식장을 한번 둘러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첫아들을 처음으로 건네받아 안았을 때 말할 수 없는 '황홀함'을 느꼈습니다. 그 느낌들이 이어진 순간들도 구슬로 꿰듯 챙겨서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황홀함'에 대해서 적어보면서 저의 감정에 대해서 돌아봤습니다. 그 감정을 느낀 순간들과 그 감정을 잘 표현했는지 생각도 해봤고요. 그 감정을 느낀 수많은 순간들 중에 한 순간씩을 적기 위해서 고르면서도 다시금 떠오르는 '황홀함'은 가슴 전체가 빼곡히 차오른 느낌이라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감정단어를 통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늘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임을 잊지 않기에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laura ad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