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대는 내게 요즘 엄청 많은 충격을 주네요.
당신이 말을 하기 시작하니까 거침없네요.
당신의 말들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네요.
이런 말을 하면서 놀라는 표정과 어쩔 줄 모르는 나를 자주 접하는 당신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때면
할 말이 더 없어지면서 어딘가로 숨어들어가고 싶어요. 생각지도 못한 말들을 하는 것 같지만 생각지 못한 말이 아니라 내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이었어요.
이미 15년 전에 매일 자연스럽게 했어야 했던 말들이기도 해서 듣고 나서 더 당황했던 것 같아요. 얼마나 내가 말 못 하게 했으면 그런 말들을 쉽게 하지 못해서 15년이나 벙어리 냉가슴이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과의 모임과 나눔에서도 '이런 말은 하지 말아요.'라면서 숨기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당신을 단속했기까지 했으니 엄청 힘들었을 것이고요. 맘고생해서 맘이 병들다 못해 몸도 망가진 것이 이제 이해가 돼요.
요즘에는 당신이 '그래요.'라며 흔쾌히 호응해 주는 덕분에 자주 당신과 둘이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시간이 생겼어요. 편안하게 말하자고 하니까 이제야 당신이 '묵은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고 있어요. 물론 내가 이제야 하는 당신 말을 듣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작은 몸부림을 당신이 느꼈기에 커피 한 잔 하면서 더 많은 속마음얘기들을 하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아픈 마음이 낫지 않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약은 '경청'과 '공감'인 것을 알기에 내가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묵은 얘기들을 꺼내서 해주는 말 중에 듣고 충격받은 말이 있어요.
"오빠!"
그 말이 제일 충격이었어요. 우리가 만나서 한 달 만에 결혼을 확정하고 준비를 시작하면서 애초부터 내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은근히 많았어요. 결혼하면 '오빠! '라는 호칭은 쓰지 마라고 하면서 나는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면서 평생 존댓말 쓰겠다고 다짐했지요. 더불어서 항상 우리는 함께 있던 어른들과 있던 늘 '남편, 여보'로 호칭을 통일하자면서 강요 아닌 강요를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동안 우리는 5개월도 안 되는 연애기간 후 결혼했고 바로 매일 현실이었지요. 그 현실을 좌충우돌하면서 늘 싸우고 속상하고 서로 서운하느라 바빴어요. 그러면서 늘 '남편, 여보'였지요. 얼마 전 당신과 차 한잔하다가 그 당시에 서운했던 것들을 말하면서 당신 말속에 "오빠"라는 호칭에 대한 생각에 충격받은 것이었어요.
"갑자기 만나고 금세 결혼을 결정하고 어느새 결혼생활하다 보니 남들처럼 오빠~하고 부르면서 제대로 된 연애는 해본 적이 없어요. 나는 남들처럼 당신과 연애다운 연애를 하면서 지내고 싶었어요. 오빠~라는 호칭은 절대로 듣기도 싫고 하지 말라면서 강력하게 거절하는 당신에게 서운했어요."
"아~그랬어요. 미안해요.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우리끼리 있을 때는 오빠~라고 불러요."
"이제는 안 돼요. 남편이라는 호칭이 입에 붙었고요. 하도 하지 말라고 하다 보니 이제는 오빠~라는 말이 안 나와요."
"............................................................"
정말 미안하고 미안했어요. 진짜로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커피를 마시면서 표정은 '아! 그랬어요?'라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울었어요. 그때는 왜 그랬을까요? 정말 내가 들어도 이상한 논리이자 기준이었어요. 내가 존댓말을 하는 것은 나이가 몇 살 어린 당신이지만 사랑하고 아기들의 엄마가 되더라도 존경하는 것을 잊고 싶지 안하서 평생 약속한 것이지만 당신은 내게 편하게 부르고 그럴 권리가 있는데 말이에요.
이제는 하라고 해도 입에서 안 나온다는 말이 가장 마음 아팠어요.
그냥 미안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한 당신에게 미안해요.
지금이라도 하라고 해도
이제는 안된다는 당신 말에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그래요.
이제라도 하고 싶은 말, 행동을 맘껏 할 수 있도록
돕는 남편이 될게요.
못하는 남편이 아니라, 돕는 사람임을 잊지 않을게요.
어리석고 한없이 고집부리면서
당신을 힘들게 한 것이
미안하고 미안한 남편이.
아내말을 듣는 순간, 저 스스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오빠~'라는 단어가 뭐길래 결혼했으니 '남편, 여보'로 삽시다라면서 강제호칭했을까요? 다른 부부들은 '오빠. 자기' 등등 수많은 호칭으로 부르며 지낸다고 합니다. 어른들 앞에서는 격에 맞는 호칭을 하더라도 우리끼리는 다양하게 서로 사랑하는 만큼 부를 수도 있는데 왜 그리도 왜 그리도 그렇게 했을까요? 반성에 반성을 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 나쁜 남편이었고 아직도 부족합니다.
나쁜 남편이었던 이유는 못 하게 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아내는 이혼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아내와 뜻이 맞지 않는 날은 '모르는 사람이 소개해 준 것도 인연이라서 이 인연이 평생 천생연분의 기적'이라고 감사로 여기며 살고 싶다며 이혼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것을 신념으로 하고 살았습니다. 아내도 다양한 이유로 이혼이라는 단어는 인생에 없는 단어로 생각하고 참고 견디며 지켜내 보겠다고 노력한 시간들이고요. 그렇지만 숨 막히고 지치고 힘든 순간들을 수도 없이 거치도록 만든 것은 거의 제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나쁜 남편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치는 노력을 3년째 하다 보니 생각을 5% 고쳤습니다. 5% 고친 생각이 7% 행동을 바꾸고 있고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고치는 노력의 시간이 살아갈 시간보다 짧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아내와 살아온 시간이 15년입니다. 부부상담 후 본격적으로 고치기 시작한 시간이 3년, 브런치를 통해 공개반성문을 쓰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고치는 노력에 비해서 고쳐진 것이 5%이니까 한참 멀었습니다. 고치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고치는 노력을 통해 많이 고치고 조금이라도 달라져서 이제는 서로 진짜 사랑과 행복을 나누며 아내와 사랑이 깊어지고 삼 남매가 좋은 영향력을 받아서 자기 배우자를 아빠보다 나은 사람으로 선택하는 일들이 반드시 일어나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아내와 본격적으로 마음을 나누는 필요한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늘 충격입니다. 그래도 그런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 기적입니다. 매 순간 더 나은 대화를 하도록 저의 귀를 열고 입을 닫고 눈을 오직 아내만을 바라볼 생각입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Joey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