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길을 걸어 다니면서 보는 것들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 너무 많아서 행복합니다.
신발이 불편해서 발이 아플 때가 있지만
마음이 불편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데도 깨알들이 보이면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고
잠시 감상하다가 길을 다시 이어서 걷곤 합니다.
늘 감사하고 감사하면서 지냅니다.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요. 걷다 보니 벌써 2025년이 금세 끝나가는 것이 아쉽습니다.
다가올 2026년이 기대도 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들이 교차하면서 만난 깨알들을
찬찬히 나누어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너를 보면 내가 생각나..
우산 속은 항상 낭만과 로맨스가 넘칩니다. 영화 속 우산아래는 항상 역사가 이루어지는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가 뒤집어진 우산을 봤습니다. 잠시 영화 생각이 나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민트초코가 생각나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에 움찔했습니다.
우산은 뒤집어져 속살 같은 댓살이 보여도 추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의연해 보이는 저의 겉모습과 달리 속모습은 질투, 미움, 시기, 온갖 욕구로 뒤섞여서 늘 순서를 정하지 못한 채 수시로 터져 나오는 마음들이 가득합니다. 또,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억누르는 저 혼자 아는 저의 마음도 있습니다. 제 겉모습이 뒤집어져서 속마음이 다 드러나도 저렇게 의연하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점검해 보니까 움찔했습니다.
2. 수많은 자국들이 남았구나..
온갖 전단지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면 그 역할과 시간에 상관없이 떨어져야 합니다. 부착하는 손길은 민첩한데 뜯어내는 손길은 더 신속하고 철저합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느낌입니다.
튀지 않는 색깔로 칠해진 가로등위로 붙여졌던 수많은 전단지들의 흔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전단지는 뜯어내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의 상처는 다양한 상담과 대화를 통해 회복시킵니다. 그렇지만 그 흉터는 사라지지 않고 그것들을 감당하느라 마음과 함께 아팠던 몸은 절대로 회복되지 못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전단지를 붙였던 테이프 자국이 모두 마음에 남아있는 상처 같아 보였습니다.
3. 부러져도 할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조경 가로수를 버텨주는 버팀목들을 무심코 지나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날은 색다른 버팀목이 보였습니다. 부러진, 아니 부러져서 바닥에 떨어뜨려질 버팀목이었습니다. 그 안타까운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왜 부러졌을까? 누가 부러뜨렸을까? 술 먹은 사람이 쓰러지면서 그랬을까? 등등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들 사이로 드는 생각은 '저렇게 부러져도 여전히 나무를 버텨주고 있네! 나도 그렇다. 부족한 모습이지만 사랑의 가정을 아내와 함께 하니까 여전히 이루고 사는 것이네.'라면서 감탄했던 날입니다.
4. 저기에도 저렇게 자랄 수 있구나..
모퉁이 조그맣고 조그만 화단에 시선을 끄는 이파리를 만났습니다.
조그맣고 조그맣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쬐그만한 귀퉁이 화단이었습니다. 거기에 물감을 묻힌 붓으로 힘주어서 그린 듯한 이파리가 엄청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런 작은 화단에서도 저렇게 거창한 이파리가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쪼그만 집에서 맨날 "방이 좁아! 집에 들어가면 숨 막혀!! 언제 이사가? 각자 방은 언제 줘요?"라면서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봐라! 저렇게 쪼꼬만 화단에서도 저렇게 대단한 이파리가 자랄 수 있단다. 우리 잘 살아보자! 이렇게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데."라고 당당히 말해주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늘 내 생각으로 양육하려고 힘을 쓰며 살았다..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깨달은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중2, 초6, 초4 삼 남매에게 길안내만 하면 되는 것을 아직도 자꾸 네비역할을 하면서 울타리도 되고 싶은 아빠입니다. 세상이 험하며 쉽게 상처받을 수 있다면서 매번 헬멧을 씌우는 심정으로 바깥에 내보내고요. 헬멧을 씌워주라고 아내에게 늘 요청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길 가다가 만난 오토바이 위 '헬멧 쓴 러버덕'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이제 삼 남매는 원하는 곳에 태워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그냥 가고 싶은 곳을 가도록 허용만 해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이 선택하고 경험해 보도록 '태워주기만 하면' 자기가 알아서 필요하면 헬멧을 착용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을 자꾸 제 손을 거쳐서 준비시켜 주고 염려하느라 노심초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거 아닌 오토바이 위 '헬멧 러버덕'은 저의 양육방식에 대해서 큰 변화를 주도록 깨닫게 해 줬습니다.
볼 수 있었기에 '감사'하고요. 보고 나서 깨알음을 얻을 수 있었음에 '감사'했습니다.
#3. 또 다른 시선..
오늘은 또 다른 시선이 쉽니다. 저와는 다른 시선으로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중2 아들이 찍은 사진도 없고 전해준 사진도 없습니다. 아들은 요즘 바쁩니다. 수행평가를 위해 한 달을 나름대로 계획 세워서 공부하고 고민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지냈습니다. 수행평가가 끝나고 모든 기말 마무리를 위해서 노는 시간 동안 '다음은 없습니다.' '미리 예습도 없습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것에 대한 복습도 없습니다.'
그냥! 초등학생처럼 먹고 등교하고 하교하고 간식 먹고 쉽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세상에서 자기가 바라보는 것들에 대한 감상 또는 '또 다른 시선'은 없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과의 약속이란 생각으로 "이번 주 찍은 사진 보내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쉬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한 주를 지나치다 보면 아빠에게 또 보내고 찍었을 때 의미를 보내 줄 것이고요. 아빠의 깨알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하고 있지만 매주 지키기 위해서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쉬기도 하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서 토요일까지 기다리다가 그냥 공백으로 발행합니다.
깨알을 3년간 만나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깨알을 보면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 의미, 또 다른 의미를 느끼거나 찾아내면서 행복과 감사를 챙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전부 의미가 있고 그 의미 덕분에 세상이 살아갈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깨알 덕분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원래 깨알을 만나기 전에는 늘 각박한 마음, 숨조리는 상황, 타인도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원래 성품이 저러니까 저런 감정을 느끼고 불안해하고 불편해하지!'그러나, 깨알을 만나면서 재미, 감사, 감동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깨달음이 많아져서 무조건 힘들어하거나 걱정하지 않게 되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에게 '또 다른 시선'에 포함시킬 사진 안 주냐고 핀잔을 주기보다는 '그럴 수 있다. 이번 주는 그냥 쉬어가자!'라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손톱보다 작은 깨알들도 저를 변화시키는 중입니다.
프로젝트 3가 벌써 반년을 채우는 중인데 2025년이 끝나갑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늘 반성문 쓰며 고치느라 창피한 제게 토요일은 진짜 길거리 깨알을 보고 웃고 깨닫는 시간이라서 제일 행복합니다. 다른 분들처럼 거창한 서사도 없고 책거리도 아니지만 제게 숨구멍 같은 시간이라서 매우 행복합니다. 아들의 사진을 더해서 하다 보니 6개월이 벌써 지나갔고 2025년이 끝나가는 것을 뒤늦게 느끼면서 놀랬습니다. 다음 발행분은 2026년도에 하게 되는데 '벌써!! 2026년'이라는 느낌이 큽니다.
2000년이 되면 모든 컴퓨터체계가 혼란스러워진다면서 잔뜩 긴장하면서 만난 2000년, 월드컵으로 빨강물결이 전국을 뒤흔든 2002년이 지나더니 어느새 2026년을 만나게 됩니다. 시간이 너무 안 흘러서 언제 대학교 가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자유롭게 놀게 되나 걱정하던 시간이 지나더니 이제는 잔뜩 눌러놓은 수전에서 물이 콸콸 흐르듯이 시간이 빛의 속도로 흘러갑니다. 2030년 통일이라는 설, 2050년이면 사람보다 로봇이 많아진다는 설 등등 어릴 때 영화에서 미래로만 그리던 그때가 드디어 오고 말았다는 것이 허무합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고 매일 매 순간 생각합니다. '바람 아아 멈추어다오!!'라는 노래처럼 '시간아 제발 천천히 흘러가다오!'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서 2026년도에는 귀한 선물을 이쁜 보자기로 정성껏 싸서 매듭을 조심스레 지어서 준비하듯이 더 정성 들이고 마음을 담은 깨알프로젝트를 해내겠습니다. 2025년도 마음 아픈 일, 행복한 일, 몸 아픈 일, 몸이 회복된 일, 새로운 일을 위해 잔뜩 준비하시는 손길 등등 모든 것들이 잘 해결되고 풀려서 2026년도에는 웃음과 행복이 가득가득한 매일이 되시도록 두 손 모아 드립니다.
한 해 동안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제가 2025년도 연말까지 이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댓글 하나에도 힘이 나서 또 부족한 글에 마음을 담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를 잊지 않고 2026년도도 뵙겠습니다.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의 깨알프로젝트 3 2025년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