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막내에게. +52

주름

사랑하는 막내에게


오늘은 네가 말한 것을 들으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초등5학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순수한 네가 사랑스러워서 편지를 쓴단다.



네가 병원진료를 받아야 해서 쉬는 날인 아빠가 동행했던 날 아빠가 많이 감동했었어.

아픈 아기들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이 넘어가니까 네가 너무 힘들어하더니 급기야 아빠 무릎을 베고 눕더라.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니까 이제 아빠 얼굴을 가지고 장난을 시작하더라. 아빠 머리를 만지고 목을 감싸고 앉더니 얼굴을 대고 기대더라.



아빠는 네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참 좋아서 기분이 좋아서 물었었지.

"너는 집에서는 안 그러면서 밖에 나오면 이런 장난들을 치니?"

"집에서는 오빠, 언니가 뭐라 한단 말이야. 아빠한테 장난 심하게 친다고 혼내!"


그 얘기를 들으니까 오빠, 언니의 문제 같지만 사실은 내가 너를 잘 받아주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너의 장난을 받아주고 있었는데 네가 아빠 얼굴을 문대기 시작하더라.


"아빠! 얼굴을 왜 문대니?"

"아빠 얼굴 주름 지워주려고. 눈썹사이는 펴져야 착해 보여요. 이마의 주름은 왜 생겼을까? 많이 문대면 없어질라나?"

"아니. 안 없어져! 눈꺼풀이 두꺼워져서 눈을 크게 뜨려면 자꾸 이마에 주름이 져서 이제 안 펴져!"

"아잉... 그래도 주름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늙는 거 싫어! 빨리 죽지 마. 아빠!"


너의 그 말에 아빠가 웃다가 마음이 짠했어. 아빠한테 치근치근거리는 장난도 좋았지만 아빠의 얼굴에 주름들을 지워주고 싶어서 문대는 너의 손길이 이쁘더라. 재밌기도 하고 말이야. 주름 많으면 많이 늙은 거고 빨리 죽는 거라면서 걱정하고 싫다고 말해주는 것에 감동도 했어.



그 감동을 잠시 생각하다 보니 미안하더라. 중2병 오빠와 사춘기 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경 써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너의 마음을 많이 알아주지 못한 것 같았어. 아빠를 향한 너의 사랑의 마음을 하나도 모르고 지낸 것 같은 생각도 들더라. 아빠가 미안해지더라.



그 미안한 마음은 너와 둘이 시간을 보낼 때면 점점 더 커지더라. 아빠를 향한 너의 마음을 이해할 때면 너의 마음, 손길 하나하나가 천사처럼 이쁘더라고. 아빠를 엄청 사랑해 주는 것도 느낀 날도 있었어. 아빠가 너 옆에서 졸고 있었더니 이불을 가져다가 덮어주더라. 그걸 느끼면서 너는 천사가 맞더라. 쪼그만 막내가 아빠를 사랑해 주는 마음이 아빠보다 큰 거 같아서 점점 더 감동이더라.



막내야!

오빠, 언니 뒤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했지

너에게 귀를 기울이고 너의 이쁜 마음을 많이 더 많이 알아줄게. 아빠는 맨날 오빠, 언니를 알아주느라 못 썼는데 이제 그러지 않을게. 너의 마음을 많이 챙길게.


막내는

태어난 순서로는 세 번째이지만 아빠가 생각하는 순서는 첫 번째로 생각하면서 너를 사랑할게


막내야!

사랑하고 사랑해!

네가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할 때마다 어떡하면 네가 건강한 스타가 될까 생각하기도 했단다.

언제나 너의 꿈을 응원하고 사랑하면서 함께 하자!


사랑하고 사랑해!!



막내라고 마음이 작은 줄 알았습니다.

삼 남매와 지내면서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중2병 아들, 사춘기로 질풍노도인 딸들을 조심조심 챙기느라 막내를 소홀히 대했습니다. 그냥 사랑하고 사랑하는 막내가 아니라 늘 후순위로 여기면서 '기다려! 막내야!'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막내는 작은 키에 비해서 마음이 엄청 컸습니다. 그 마음이 점점 더 사랑스럽고 행복한 생각들로 가득 차도록 아빠로서 더 많이 노력하려고 합니다.



막내는 요즘 많이 힘들어합니다.

오빠가 이제 중3이 되어서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되어 더 집중하고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을 생각하면서 신경 쓸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서 아직 초등학생, 이제 초등 5학년이 되는 막내는 자기만 소홀히 대할까 봐서 미리 속상해합니다. '초등학생'소리 들으면서 혼자 서운한 일 많아지고 점점 더 모든 일에서 순서가 더 많이 후순위로 밀려날까 봐서요. 그런 막내 마음을 아빠가 제일 많이 알아주도록 요즘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기고 둘이 자주 다니는 것 같습니다.



막내가 손을 잡아줄 때면 뭉클합니다.

둘이 함께 다닐 때면 막내가 손을 내밀어서 제 손을 잡아줍니다. 큼직해진 오빠의 손, 통통해진 둘째 딸 손과 달리 작으면서 얇고 작은 막내 손을 잡을 때면 마음이 뭉클합니다. 이렇게 여린 막내 손을 많이 잡아주지 않고 오빠, 언니 손을 많이 잡아주고 사랑한다고 챙기는 순간들만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막내 손을 제일 많이 잡아주고 안아주면서 사랑해 줄 생각입니다.



오늘도 키 작은 막내의 커다란 마음에 작은 아빠 마음이 감동하고 사랑받아서 뭉클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편지를 적어봅니다. 그리고, 더 큰 사랑을 건네주는 아빠가 되려고 다짐해 봅니다. 삼 남매와 지내면서 철이 들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삼 남매를 키우느라 힘든 것이 아니라 삼 남매 덕분에 부족한 제가 점점 더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을 깨달아갑니다. 아이가 많아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을 더 많이 알아가고 더 많이 편지를 쓰게 됩니다. 더 많이 노력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일정을 지키지 못할까봐 1일전 발행해봅니다.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Dmitry Rodio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