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오늘도 길을 걸으면서 기분이 좋습니다. 모든 것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제가 걸으면서 그것들을 만나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걷다가 무릎이 갑자기 불편한 날은 마음이 덜컥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무릎이 아파서 못 걸을까 봐요. 깨알을 만나다 보니 이제 그런 생각도 합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길을 걷고 느낀 풍경들을 그림 그리고 글을 쓰시면서 나눠주시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 덩달아 행복하기도 합니다.
그런 느낌으로 길을 걸으면서 만난 것들을 찬찬히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라면 먹고 가자..
도서관에 들린 날이었습니다.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마관을 만들어 둔 것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늘 끓여 먹던 라면과 노랑 냄비를 만났습니다. 맛있게 끓여서 빨리 먹으려다가 손가락을 데어서 짜증을 내기도 했고요. 끓인 라면이 너무 뜨거워서 냄비뚜껑에 덜어서 호호 불어서 먹었던 생각도 나고요.
데코레이션 되어 있는 것들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웃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2. 넌 나의 선물이야..
벤치에 놓인 엄청 리본을 만났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벤치가 한껏 멋스러워 보이고 요. 진짜 대단한 선물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저 크고 빨간 리본 덕분에 벤치가 너무너무 이뻤습니다.
리본이 달려서 아무렇지 않은 벤치가 이뻐 보였는데 생각해 보면 굳이 리본이 달리지 않아도 벤치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바로 사물을 보는 저의 '시선'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모든 사물이 달라져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넌 소중한 존재인데 여기 있구나..
화장실에 간 날이었습니다.
도수가 제법 있는 안경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안경을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텐데 어떻게 놓고 갔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경을 다시 찾으려고 해도 눈이 안 보여서 찾지 못할 텐대라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저는 저렇게 안경을 놓고 가서 다시 찾을 상황이 생기면 평상시 착용하던 렌즈를 사용하면 되지만 저런 스타일 안경을 착용하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안경을 보면서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인데 거기에 버려져 있는 상태라는 게 조금은 마음 아팠습니다.
4. 너와 손을 놓지 않도록 노력할게..
어느 골목길을 돌아서 걷다가 마주 보고 있는 라바콘을 만났습니다.
그 라바콘이 어떤 목적으로 놓여 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봐도 보호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라바콘이 없어서 이어질 수 없긴 했지만 간신히 이어져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간신히 이어지려고 노력하는 것'같았습니다. 제가 지금 그렇게 지내는 것도 같습니다. 아내가 저와 지내면서 늘 마음 졸이고 아파하고 힘들어해서 숨구멍이 막히는 고통 속에서 지냈던 시간들을 미안해하면서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진해지도록 노력하는 남편이 되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 같았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그땐 그랬지..
지나가다가 보면서 몇 번이나 멈칫 멈칫했습니다.
연탄에 길을 멈추고 공병이라는 글자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연탄불이 이어지도록 챙기느라 일어나는 엄마가 기억났고요. 연탄을 왕창 사며 겨울준비를 하는 날은 아파트 4층까지 연탄을 나르는 아저씨가 엄청 슈퍼맨 같아 보였습니다. 까맣고 무거운 연탄이 다 타고나면 하얗게 되면서 엄청 가벼워진 것도 신기했고요. 구멍이 엄청 많아 보여서 신기했습니다. 구멍에 쫀듸기를 넣어서 볼록볼록하게 구워서 먹을 때면 세상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구공탄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공병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웃었습니다. 집에 생기는 공병들은 베란다에 모아뒀다가 잔뜩 모이면 가져다가 숫자를 세서 놓고 돈을 받아오던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무겁지만 가져가면 가게 아줌마가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이 '요술'같이 느껴졌습니다.
발길을 멈추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연탄'과 '공병'이 저의 인생이 지나온 길에도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감사'와 '감사'로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아련하고 여차하면 '그게 뭔대요?'라고 할 수도 있는 것들이 제 인생여정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감사'였습니다.
#3. 또 다른 시선
1. 무엇을 느끼는가?
중2아들은 바쁩니다. 곧 중3이 되기에 아주 숨이 벅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모두가 힘들다는 중3이 시작된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어나면 다시 잠을 자고요. 몸이 너무 힘들면 잠시 나갔다 오고요. 휴대폰을 한참 하거나 다시 잠을 잡니다.
지난주에는 편안히 쉼을 가지느라 일상 속에서 본 자연에 대한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빈 공간으로 남기고 발행했었습니다. 이번 주는 조금 다릅니다.
혹여 나이지만 조심스럽게 "바쁘지? 혹,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있니?"라는 말에
"아! 있어요. 지난주에 깜빡하고 못 보내드려서 2개 한꺼번에 보내드릴게요."
그 말을 듣는데 괜스레 감동했습니다. 여차여차해서 깜빡 잊었다면서 2장 한꺼번에 보내주는 중2아들 손길에도 감동했습니다. 그 사진들을 받으면서 주석을 달아준 것에 뭉클했던 마음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외계인 촉수 같아서 찍었어요.
까먹었다고 2주분을 보내주는 손길도 감동이고 사진을 찍은 의도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이런 중2아들 아니 이제 본격 중3으로 접어드는 아들과 살고 있는 이 시간이 '감사'까지 했습니다.
세상의 깨알은 정말 재밌습니다.
모든 일상이 이해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이해되고 말고를 떠나서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시간이 지나서 바라봤더니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을 느끼고 공허함을 느낄 즈음에 깨알들을 만나서 재밌습니다. 깨알들이 일상 속 공백들을 채워주는 것이 너무 재밌습니다. 길을 걸을 수 있고 깨알들을 여전히 만나고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서툰 깨알사진에 감사했습니다.
빚을 갚아야 하고 늘 힘겹게 사는 것이 불평스러워서 어쩔 때는 엄청난 사진 실력을 가졌다면 얼마나 큰돈을 벌고 좋았을까라는 불평 아닌 불평을 할 때가 있습니다. 사진집을 보거나 작가님들의 글과 사진을 보다 보면 제가 가지지 못한 '손맛'이 없음이 너무 한탄스러웠습니다. 그런 마음에 불평을 엄청하곤 하는데 어떤 분이 제게 말해주신 것이 있었습니다. 돈을 엄청 많이 벌면 교만해질까 봐 지금 당장 손에 쥐어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제가 '손맛'가득한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다면 돈을 벌면서 엄청 잘난척하고 여차하면 사진 얘기하면서 잘난 척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로 지금 길거리 깨알을 휴대폰으로 찍으면 그냥 애기들 장난 같은 사진인 지금이 더 행복하고 감사한 것 같습니다.
작은 것도 행복으로 느끼고 살아야겠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깨알'을 만난 날이 생각났습니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발에 차였던 '깨알'이 제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줬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작은 것도 감사하면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매주 감사하기로 합니다. 의도해서 깨알을 찾은 적은 없지만 늘 감사하면서 깨알을 즐기고 나누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손길에 감사하면서 힘을 내서 '깨알'을 나누겠습니다.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