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이제 길을 걷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강추위가 매서운 손길로 뺨을 스치고 장갑을 껴도 손가락으로 추위가 스며들기도 합니다.
물론 군대생활하던 때 영하 20도의 추위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어릴 때 눈만 오면 동네 여기저기가 꽁꽁 얼어서 차가 빙빙 돌고 그것을 보면서도 썰매를 타고 놀던 정도의 강추위가 아니긴 합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깊게 파고드는 추위가 며칠간 오니까 걱정이 앞섭니다.
깊숙이 넣어둔 패딩을 꺼내 입고 마스크를 하고 웅크리고 대중교통을 타러 가던가,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거나 아이들 간식을 사주고 싶어서 걸어 다니는 것과 달리,
이 추위를 그냥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 이 추위 때문에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또 가져봅니다.
이 추위에 고통 겪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길을 걷다가 본 깨알들을 찬찬히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뒤집힐 줄이야..
길을 걷다가 뒤집혀서 버려진 우산을 만났습니다. 투명했습니다.
뒤집혀서 버려진 것인지 날아가서 주인의 손을 떠난 것인지 모릅니다. 손에서 날아간 우산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아이의 손과 울음이 묻은 우산인지도 모릅니다.
그 우산을 보면서 저는 다른 생각을 해 봅니다.
우산이 투명하니까 비가 내릴 때 후드득거리는 빗소리와 비들의 모양을 보니까 운치 있을 것이고,
우산이 뒤집혔지만 투명하니까 바닥도 보이고 괜스레 얕은 강가로 가서 엎어진 우산으로 강바닥을 보고 싶어 집니다. 강추위가 진행 중인데 벌써 올해 여름 강바닥을 떠올려보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2. 작은 생각은 큰 배려가 될 수도 있다..
걸어가다가 모서리에 세심하게 붙여진 보호대를 바라봤습니다.
사실 바쁘게 환승하기 위해 가는 중이었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심하게 점검해서 붙여놓은 것들 때문에 누군가는 그 모서리로 인해 상처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흐뭇했습니다. 술 많이 드신 분이 지하철 쓰레기통에 'ㄱ'자로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기에 혹여 그렇게 있다가 긁히거나 급한 환승 위해 달려가다가 부딪히면 큰 상처가 날 것이기에 '최고'라고 해주고 길을 이어갔습니다.
3. 그렇게 부모 등을 보고 세상을 바라본다..
손을 씻다가 피식 웃었습니다.
수돗물이 나오는 곳에 수전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에 친근하도록 만들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낮은 자리에 있지만 사용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런 흐뭇함을 가지고 사용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해 봅니다. 부모 등에 업힌 아이 같아 보였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등에 업고 안고 세상을 보여줍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부모 손을 잡고 가고 싶은 곳을 부모가 제어하면서 지내고요. 부모 손을 떠나면 맘대로 다니기 때문에 제어하기 바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시작이 중요하다고 부모 등에 업혀있을 때 부모가 보여줘야 할 때 부모의 시선이 좋은 곳을 바라보고 좋은 것을 알려주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4. 넌 나에게 웃음을 건네줬어..
꼭 들어가야 하는 곳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었습니다.
물건이 들어 있고 그것을 들기 위해서 손잡이가 타공 되어 있는 박스였습니다. 단순한 그 역할에 충실한 그 박스는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서 생명력을 얻어 보였습니다.
너와 나의 모습이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함께 웃읍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스에 작은 손길 하나 더했을 뿐인데 저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한 번씩' 웃고 지나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이제야 알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항입니다. 그 사람들과 캐리어, 가방, 다양한 짐들이 함께 타기 위해서 기다리기를 반복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곳에 서 있다가 본 것을 통해 마음에 감사를 느꼈습니다.
아들 둘 형제집안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살다 보니 인형, 꽃, 화장품 등 등을 즐기고 경험할 기회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물론 전공과목과 관련이 있어서 접하고 사용할 때도 있었지만 몸에 붙어 있는 무언가처럼 꼭 사용해야 하고 즐겨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일상을 살다 보니 큰아들을 제외하고 딸 둘이 다양한 화장품, 인형, 인형과 관련된 소품 등등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즐겨봐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굉장히 어색했습니다. 보통 딸 둘이면 딸바보의 극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는 딸바보는 아니었습니다. 딸이 싫기보다는 딸과의 밀접한 관계가 어색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그런 것이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제 딸이 좋아하는 것, 인형, 화장품, 소품, 가방, 선호하는 색깔 등등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이제야 딸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해하기 시작하니까 관심이 가고 관심이 가다 보니 좀 더 시선을 머무르면서 사주려고 찾기도 하기 시작하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새 양해를 구하고 이쁜 인형들이 잔뜩 들어있는 투명가방을 사진 찍고 있는 저를 알아챘습니다. 우리 딸들에게 사주고 싶어서 찍어놓고 찾아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어느새 딸바보 아니었던 아빠가 딸바보처럼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딸들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반쪽짜리 남자로 세상을 살고 가정생활을 하면서 아내를 이해할 여력이 없을 뻔했습니다. '감사'를 마음에 새기고 늘 '감사'하며 '행복'을 누리려고 다짐해 봅니다.
#3. 또 다른 시선
올해 중3이 되는 아들이 지난주 못 보내줬다면서 사진을 미리 챙겨서 보내 준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시선은 같은 시간,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제가 느끼는 세상과 그 세상을 또 다른 시선으로 느끼고 사는 중3아들과의 컬래버레이션 같은 파트입니다.
매주 중3아들이 사진을 건네줄 때마다 '이야~'하는 감탄을 할 때가 많습니다. 사진의 화질을 떠나서 사물을 보는, 특히 자연을 보고 느끼는 그의 시선에 감탄하고 그것을 함께 느껴보려고 사진 찍고 전해주는 '그 손길'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왕관 같아서 찍었어요.
그냥 찍은 것과 확대해서 찍은 것을 보내줬는데 아들의 말을 듣다 보니 진짜 그런 것 같았습니다. 4계절 푸르고 그냥 그 자리에 있고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것들 같아서 무심하게 바라보고 지나다녔는데요. 아들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그 시선으로 바라보니까 진짜 왕관 같기도 하고요. 대관식에 들고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왕관을 단순화해서 사용하는 브랜드들의 이미지같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또는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즐기고 지내는 것이 대견했습니다. 이제 중3이 되었다고 벌써 머리가 아파하지만 이런 마음과 시선이 있다면 원하는 것을 잘 찾고 해내리라 믿어지게 됩니다.
강추위가 올 때마다 깨알을 보면서 신경이 쓰입니다.
길거리에 놓인 깨알들도 추워 보이고 외로워 보이고 휑해 보입니다. 길바닥은 얼고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웅크리고 꽁꽁 얼었습니다. 그런 길을 걸어가는 저도 웅크리고 뒤집어쓰고 손을 감싸면서 더 웅크리고 눈만 빼꼼거립니다. 이런 시간 속에 많은 도움을 받지 못해서 아픈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늘 가집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더 그렇습니다.
딸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여자의 일생이라고는 객지에서 아들 둘을 키우느라 전투 같은 삶을 살아내는 엄마의 삶만을 지켜봤기 때문에 여자의 일생의 잔잔하고 소소하고 미묘한 감정과 여정을 느껴 볼 사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감해주지 못할 만큼 굴러다니는 우둘투둘한 감자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딸 둘이 태어나서 함께 살다 보니 진짜 여자의 일생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그러다 보니 이해도가 높아져갑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벌써 1월 말입니다. 벌써 3년째 깨알들을 만나는 것이 신기합니다.
가진 것도 없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길에 밟히는 것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고 걷다가 혼자서 재밌다고 웃으면서 사진 찍은 것들을 나누는 시간이 벌써 시즌3이라고 하면서 3년째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느끼다 보니 벌써 1월 말입니다. 시간이 엄청 빨리 갑니다. 혹자가 말하길,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할 시간이 없다. 우리에게는 사랑할 시간도 모자란다.'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정말 물 흐르듯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면서 사랑할 시간도 모자라다는 것을 느끼고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는 것을 감사로 여기면서 충분히 '사랑'먼저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깨알들이 제게는 길의 보석 같습니다. 저를 살려주고 웃고 깨닫게 해 주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또 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덧붙여보는 것 같습니다.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