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61

오빠 때문에

사랑하는 딸에게


이제 중학생이 되어 기다리던 교복을 입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단다. 치마를 어릴 때 빼고 입지 않던 네가 치마교복에 스타킹을 신고 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단다. 그리고 그 교복을 즐겨 입을 거라는 것도 상상도 못 했단다.


그렇게 상상도 못 한 치마 교복을 입고 다녀온 첫날,


"너무 추워서 추워서 혼났어요. 계단도 편하게 못 걷고 급식 먹을 때도 앉아 있는 게 불편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어지간히 치마가 불편하고 추웠나 보다 싶었지. 다음날 등교를 준비해 주기 위해 치마와 스타킹, 속바지까지 빨래에서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건조기에 넣어서 말려뒀지. 그리고 잘 접어서 입도록 준비해 주고 아빠는 새벽출근을 했단다.


그리고, 퇴근해서 앉아있으니 네가 들어오는데 생소한 복장이더라. 운동복?


알고 보니 첫날 치마교복이 너무 추워서 오빠처럼 생활복이라는 운동복 세트 교복을 입고 갔더구나. 그런데, 재밌는 건 너만 생활복을 입어서 편했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자꾸 물었다고 했는데 그 말이 재밌었다.


"넌 체육복이 어떻게 있냐?"

"응. 난 오빠 거 물려받은 거야."


너는 정말 자랑스럽게 말했다면서 웃는데 아빠는 너의 그 표정과 행동이 재밌더라. 이럴 수가 있구나. 물과 기름처럼 절대로 섞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오빠가 같은 학교라서 좋구먼. 오빠 있는 게 좋네."

"그러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매우 흐뭇해하는 네가 이쁘더라. 아무리 절대상극 남매라지만 이럴 수가 있구나 싶으면서도 아무나 그런 것은 아니고 네가 마음씨가 이뻐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제일 귀여운 것은 오빠 생활복 물려 입고 가서 혼자만 안 춥고 안 불편했다고 의기양양하는 모습이야.


그런 모습을 통해 오빠가 있어서 도움 될 때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흐뭇했단다. 오빠 옷 물려 입는 거 절대 싫고 중학교 입학과 관련된 것들은 전부 새로 사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막상 물려 입은 것 때문에 혼자만 뿌듯했다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진짜 감사했단다.



그 유명한 여중생이 되니까 극도로 예민해지고 건드리거나 잔소리하면 안 되는 대상이 된 것이라면서 다들 조심하라고 주변에서 충고를 수시로 해준단다. 그런데, 막상 너와 대화하다 보면 여전히 마음 이쁜 행동이나 말을 많이 해서 아빠는 다행 중의 다행이라고 아직은 생각해.



손을 잡아줘야 앞으로 걸을 수 있던 아이일 때 순수하고 이쁜 마음이 아직도 느껴진단다. 너의 행동 통해서 네가 어리고 인형같이 귀여웠던 그 느낌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고맙기도 해. 여중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고 아직은 무섭지 않은 거 같아. 그래도 조심할게.



너는 그런 존재이란다.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 존재 자체로 말이야.

사랑하고 고맙다.




오빠에게 물려받은 생활복이 최고랍니다.

치마 교복을 입기 위해 얼마나 초등학교 졸업식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막상 치마 교복을 입고 보니 상체와 달리 하체는 너무 추워서 하루 종일 덜덜 떨었다는 말을 듣고 "이쁘기 쉽지 않아"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오빠 생활복을 입은 새 학기 둘째 날 너무 흐뭇해해서 웃었습니다. 처음에 물려줄 때는 "옷에서 오빠냄새나!!" "두 번이나 빨았다." "그래도 냄새나!"라면서 무지 싫어했는데 막상 입고 다녀오니 혼자 안 추웠다면서 다시는 치마교복 안 입는다고 합니다.



새 학기가 훨씬 지나간 지금도 치마 교복은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생활복만 입습니다. 치마 교복은 상상했던 것보다 불편해서 입을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서랍장에서 꺼낼 생각을 아예 안 합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아이들은 생각보다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용성을 따지지만 규율에 맞춰서 정해준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삼 남매의 성장과정을 함께하면서 저도 성장합니다.

삼 남매 중 두 명이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이제 해야 할 공부를 하고 입어야 할 교복을 입고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조율해 가면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생활을 점검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힘든 것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감사하고요. 둘째 딸이 아직은 갈피를 잡지 못해서 버릇이 없어지기도 하고 효녀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의 행동과 말이 시작되는 마음을 잘 읽어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둘째를 봐서인지 막내도 치마 교복은 입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재밌는 일상이며 딸아이의 귀여운 마음을 읽었던 날이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감사하고 지냅니다. 저는 많이 부족한데 저의 부족함을 덜 가지고 태어난 것 같은 삼 남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저의 부족함도 채워지고 성숙해지는 것 같아서 고맙고요. 이런 일상을 나눌 수 있고 편지를 쓰고 있는 것도 읽어주시는 분들의 관심과 애정 때문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ooneiroslyl

덧붙여서: 삼남매 사진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아예 공개불가 의사를 밝히기도 하고요. 아이들이지만

의견을 존중해줄 나이라고들 합니다. 어떤 분은 강의하실때 아이들 동의가 없어서 현재모습말고 꼬맹이 모습을 참조사진으로 덧붙이는 것도 봤습니다. 그럴때라고 하는 것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