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톺아보다. +19

토라짐

감정단어들을 뽑아서 시작할 때마다 마음이 가볍거나 무겁다고 얘기하고 시작합니다. 이번 단어는 역시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긴 합니다. 저의 좋은 모습보다는 부족하고 생각지 못한 행동과 표현들을 꺼내서 공개해야 하기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직면하는 시간을 통해 좀 더 건강한 감정 표현을 하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토라짐


토라진다는 그 표현이 내게 어울리는 표현인가. 설마 내가 이런 감정에 따른 표정과 말로 지낼 때마다 어떤 상황 들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속상하다고 토라져서 고개를 돌리던 뮤지컬 속 아이 배우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연속극에서 서운하다며 토라진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먼 산을 바라보는 여자친구를 달래려고 진땀을 흘리는 남자 주인공도 떠오릅니다. 수업시간에 창피하게 만든 여학생에게 삐졌고 서운하다면서 눈도 안 마주치고 속좁은 행동을 하는 로맨틱 학원물의 바보 고등학생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단어의 뜻을 좀 더 확인해보고나서 제 감정들을 짚어보겠습니다.



토라짐의 어원과 뜻을 찾아보면,


‘토라짐’은 상대방에게 서운하거나 화가 났을 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상태를 뜻하며, ‘삐짐’과 유사한 감정 표현입니다. 어원적으로는 ‘토라지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는데, 이는 ‘토라-’라는 옛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뒤로 물러나다, 등을 돌리다’라는 의미와 연결됩니다.

삐짐은 비교적 가벼운 서운함을 표현하는 반면, 토라짐은 좀 더 깊은 감정적 단절이나 냉담함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토라지다의 뜻이,
- 본래 의미: 몸이나 마음을 뒤로 돌려 멀어지다, 물러나다.
- 현대적 의미: 감정적으로 등을 돌리고 상대와 거리를 두는 행위

유사한 단어와 비교해 보면,
토라짐 : 화나 서운함을 직접 말하지 않고 마음을 닫음 냉담 단절 : 가까운 관계에서 감정 숨김
삐짐 : 가벼운 서운함, 귀여운 투정- 유머, 애교 // 연인·친구 사이
분노 : 강한 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냄 - 격렬, 폭발, 갈등 상황


영어로 번역해 보면,
토라짐: sulk -가장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번역. 감정이 상해 시무룩해진 상태.
토라지다 : to sulk / to pout - 동사형으로 "삐지다"에 해당.
삐침 : pouting - 얼굴 표정이나 태도에 집중한 표현.
화남 : getting upset / being annoyed - 단순히 화가 난 상태를 강조.
심술 : petulance / peevishness - 조금 더 문어적이고 강한 어감.


느낌이나 정도에 따라 단어를 분류해 보면,

sulk: 가장 중립적이며 일상적으로 쓰임.
pout: 표정이나 입술을 내미는 모습에 초점.
tantrum: 아이가 심하게 떼쓰는 경우, 토라짐보다 강한 표현.
petulance: 문학적·격식 있는 표현으로, 성격적 심술을 나타낼 때 사용


위와 같이 어원과 의미, 그리고 익숙한 영어에서 토라진다와 관련된 표현을 찾아보면서 뜻을 제대로 알아봤습니다. 귀엽게 삐진 표정과 행동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한 단순한 감정표현이 아니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고 마음문을 완전히 닫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뜻을 지닌 감정 단어를 토대로 이제 일상생활 속에서 저의 표현과 행동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결혼 전에는,

토라진다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감정이 상하거나 삐진 감정을 드러낸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 내에서 형인 저를 우선시하지 않는다면서 삐지거나 토라져서 아무런 대꾸 없이 한참을 말없이 지내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저를 무시하지 않았고 저를 경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릴 때 동생에 대한 질투, 경쟁심이 커서도 해결되지 않아서인지 걸핏하면 우선시해 달라고 졸랐던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도 저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일처리를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직원이 있다면 평상시 잘 지내는 관계였는데도 어느 순간 대화를 단절하고 냉담한 상태로 지낸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분한 마음에 토라진채 말없이 지내기도 했던 것입니다. 이런 행동들을 돌아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건강한 마음 같지는 않습니다.



상대방 또는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보다는 저 혼자 느낀 감정대로 일방적인 표현을 하고 때로는 아예 표현도 하지 않고 마음만 닫고 거리를 두면서 지내기 시작한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늘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느끼고 마음대로 마음을 닫고 대화를 중지하면서 인간관계를 끊었던 것이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어땠을까 짚어보면,

정말 이해 안 되는 감정 표현을 일삼았던 것 같습니다. 진짜 토라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될 정도로 토라지고 감정 표현을 해대면서 상대방인 아내를 힘들게 했습니다.



아내가 기저귀를 착용하고 기어 다니고 누워있고 이제 걸음마 시작하는 삼 남매들의 이유식을 챙기고 모유수유하느라 퇴근 후 맛있는 저녁을 먹을 생각에 달려온 제가 직접 저녁 식사를 챙겨할 날이 있었습니다. 신발도 벗기 전에 그 상황을 보고도 당장 저녁식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삐졌다는 표현보다도 토라져서 방에 들어가서 누워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기들을 챙기느라 아내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저녁 식사를 차릴 경황도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피곤하고 지쳐서 얼굴이 노래질 지경이었는데 토라진 저를 달래려고 방에 들어와서 미안하다면서 저녁식사를 이제라도 준비하겠다고 하는 아내를 대하면서 저는 한마디 했습니다.


"안 먹어요."


그 말은 정말 짧은 문장이지만 제가 토라졌다는 내색을 하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삼 남매 아기들과 지내느라 지치고 지쳐서 얼굴도 노래진 아내에게는 백 마디 말만큼이나 여파가 컸습니다. 아내는 울먹거리면서 방을 나서고 저는 그대로 토라져서 한숨 자고 일어나곤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해 못 할 행동이었지요.



남편이 아무것도 안 먹고 토라지니까 아내도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나서 한숨 쉬면서 제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고요. 저는 한숨 자고 일어나서 컴컴한 밤에 배고프다면서 아내보고 뭔가를 먹자고 하고요. 차리기 애매하니까 라면이라도 끓여서 먹자며 제가 끓이거나 뭐라도 먹자고 또 재촉하기도 했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상황과 전혀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감정 표현을 하면서 아내의 마음을 수도 없이 아프게 했던 것 같습니다. 츄파춥스 사탕 1개를 먹고 싶은데 사주지 않으면 고개 돌리고 앉아서 토라진 아이처럼 그저 조금만 서운하거나 실망스럽다면 토라졌다면서 대화를 단절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어이없게 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토라짐'이라는 단어 덕분에 모조리 생각나면서 이 글을 쓰는 동안 마음으로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내에게 너무 미안 미안한 마음이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저의 결혼생활기간 동안 '토라짐'이라는 단어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감정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과 느낌에 따라 토라져서 대화를 단절하기를 거듭했던 것이 반성되었습니다.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의 단어라서 무겁게 시작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반성'의 기회를 또 가질 수 있어서 고마운 단어인 것 같습니다.



이제 '토라짐'같은 단어들은 제 감정표현에 넣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오늘은 반성 많이 한 날입니다.





제대로 된 감정표현은 건강한 생각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 '토라짐'단어는 저의 편협한 생각, 주관적인 판단,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감정 표현을 고스란히 돌아보고 느끼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줬습니다. 상황판단을 정확히 하고 그에 맞는 감정 표현을 하려면 건강한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결혼해서 부부상담을 하기 전까지 제멋대로 판단하고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마음대로 감정 표현하면서 아내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제멋대로 '토라짐'을 8년이나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 후 8년 만에 부부상담과 아버지학교 등록을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진짜 제멋대로 '토라지기'를 반복하고 여차하면 서운하다면서 '대화단절'을 일방적으로 하면서 아내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남편이었습니다. 서운하다면서 토라질 때는 삼 남매는 더 지독하게 아내가 독박육아를 하게 되었고요. 모유수유도 하고 이유식도 만들고 재우고 아기옷들 따로 빨았고요. 그런 동안 저는 서운하다면서 토라졌다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남편 출근길 식사를 챙기겠다고 밥을 차려주면 안 먹고 나가기도 했고요.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불필요한 '토라짐'을 반복하는 남편을 8년이나 기다려준 아내가 엄청 고맙게 느껴집니다.



불필요한 감정 표현을 줄이려고 합니다.

감정 단어들을 꺼내 들고 하나씩 되짚어보다 보면서 느끼는 것은 불필요한 감정 표현,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 표현을 자주 하는 것은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를 망치는 것 같아서 자중하려고 합니다. 자중하면서 아예 불필요한 감정 표현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아내는 감정 소모가 되는 순간을 아예 만들려고 하지 않고요. 혹여나 그런 상황이 생기면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멋대로 감정 표현하면서 소모적인 상황을 자주 만들면 아내는 두 배 이상 힘들어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힘겹게 하루를 보낸다면 그것은 남편이 '거짓 사랑'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진짜 사랑한다면 자칫 실수로 발생된 누군가의 실망, 서운함들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더 나은 방법으로 상황이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더 건강한 감정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무거운 감정 단어를 집어 들었지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아내와 함께 살아가도록 다짐하는 시간이 되어서 참 좋습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 덕분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Alexander Dummer

distancing에서 소개하는 감정단어 참조

copilot에서 번역해 주는 한국어, 영어 참조.


덧붙여서: 부정적인 감정 단어뿐만 아니라, 늘 감정에 대해서 적을때는 제안에 저도 몰랐던 감정, 상황을 꺼내야해서 당혹스럽긴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좀 더 건강한 마음으로 재정비하게 되는 것같아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