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탐정프로젝트 #7

감자의 거리

요즘들어 보는 것들이 하나하나 감사로 와닿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것들에서 느끼는 감사보다도 저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사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감사의 내용을 간단히 그리고 메모했습니다. 일상 속의 하나의 상황들이기때문에 "뭘 이런걸"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요즘 공개 글을 쓰면서 감사도 찾아다니는 기간이라서인지 몰라도 가슴뭉클하고 감동이 되었습니다. 이제 아래와 같이 보고합니다. 

  

'감자'는 여전히' 감사하는 남자'라는 뜻입니다.


#1 동네산책

주말에 일찍 일어나면 얼른 동네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일어나면 시계만 보고 옷 입고 모자 쓰고 안경 쓰고 밖으로 바로 나옵니다. 꾸밈없이 얼른 나와야 바깥에서 걸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둘째 아이가 함께 가고 싶다고 해서 그날은 둘이서 걸었습니다. 보통 부모와 아이가 셋인 5인조로 우루룩 다닙니다. 아이 한 명과 둘이서만 어딜 가는 일이 잘 없습니다. 단둘이 걷는동안 둘째 아이 제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아이가 자기 친구에 대한 얘기, 맛있는 거 먹은 얘기, 체험활동 하고 온 얘기들을 조잘조잘거리며 말해주었습니다. 들으며 걷는내내 '아! 감사하다. 아이 명만 같이 있으니 이런 시간도 있구나. 아이가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고 공감과 감탄도 했습니다. 걷다가 힘들어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햄버거집앞에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떠오르는 햇살도 은은하고 지나치는 풀들의 향기도 은은하게 코끝을 자극합니다. 모든게 행복했습니다. 감사의 크기가 아주 컸습니다. 




#2 빨강 꽃

철망 앞에 피어 있는 꽃

이제는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더라도 주변의 꽃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꽃들마다 각자의 아름다움이 상당합니다. 느끼려고 눈을 돌릴수록 그 재미가 점점 더 커집니다. 감사도 물론 커 갑니다. 학교 미술시간에 들었던 말도 생각납니다.  "자연을 잘 관찰해 봐라. 그림 잘 그릴 수 있다. 잘 보면 써야 할 물감색이 다 보인다. 자연이 선생님이다. " 그 말을 어른이 되서 이제야 달았습니다. 보면 볼수록 들은 깨알 같거나 손톱만해도 자기만의 색깔과 자태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리 곁에 항상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감탄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살고 있음에 감동했습니다. 감사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갑니다. 


#3 아이들

비가 오는 저녁이었습니다. 비가 오지만 간식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통크게 들어주는 아빠가 되어 봅니다. 슬리퍼를 신고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물웅덩이를 밟아서 슬리퍼가 벗겨졌는데도 껄껄껄 하며 아이들과 마트를 다녀왔습니다.  간식을 계산하고 나니까 큰 아이는 자기가 가방을 들겠다고 하고요.

둘째 아이는 오빠 따라 걷는다고 나란히 걷는데... 정말 귀엽고 예뻤습니다. 이들이 그 순간만큼은 다정한 남매였고 알콩달콩 대화하며 걷는 모습이 너무 예뻤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메모했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어서 저는 감사합니다.




#4 퍼레이드 코끼리

코끼리를 본 게 언제지 기억도 안 납니다.

오랜만에 본 코끼리는 실물이 아닙니다. 아이가 휴대폰으로 찍어온 롯데월드 퍼레이드코끼리 조형물입니다. 아이가 친구랑 갔다 왔는데 보지 못한 아빠, 엄마에게 보여주겠다고 퍼레이드내내 열심히 동영상을 찍어왔습니다. 그 마음씀씀이에 감동했고요.  오랜만에 본 퍼레이드 속 코끼리,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매우 흥겨웠습니다.  보는내내 흔들리는 영상을 느끼면서 ' 코맹이 아가씨가 이걸 찍느라고 팔이 아팠겠구나. 매우 애썼네.'하고 마음으로 웃었다. 

이런 아이들과 살고 있어서 저는 감사합니다.





#5 또 노을

저녁식사 후 아내와 걷기를 합니다. 건강도 챙기고 걸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도 합니다.  이럴 때 편하게 나누는 대화덕분에 아내의 솔직한 마음들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 경탄할 수 밖에 없는 노을을 종종 봅니다. "노을맛집"을 찾아 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동네  논두렁 위 하늘이 매일 새로운 노을을 제공해 줍니다. 볼 때마다 "아! 참 감사하다. 이런 걸 매일 보다니요." 감탄을 연발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걷다가 찍느라 멈춰 섭니다. 희뿌연 남색 하늘에 뿌려진 다양한 색깔들의 노을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저는 감동하며 감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려 매일 공짜입니다. 







매일같이 머릿속은 고민과 고민이 겹쳐지고 내 상황만 힘든것같다고 투덜거립니다. 다른 사람들은 의연하고 여유로워 보이며 행복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아내와 아이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든다고 공개로 글을 쓰매번 나의 부족한 점을 직면할때면 상당히 난감하고 한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주변에서 느끼는 상황, 사람, 사물들 통해 느끼는 감사가 "괜찮아."고 위로해주는 토닥거림같습니다. 버티고 견딜 힘도 덤으로 넣어주는 것같고요. 일상생활 속이다보니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만,  "뭘 그런 것에"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요즘 저에게 감사를 느끼게 하며 살아갈 힘을 줍니다. 읽어주신 것에 대해서도 미리 감사합니다.


감자의 탐정프로젝트 -끝-

작가의 이전글 큰 바위 얼굴 같은 큰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