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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인 너를 위로하는 남자

악몽

"엉엉... 엉엉..."


아내가 자다가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아내를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었다. 등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서럽게 울던 아내는 잠시 후 다시 잠이 들었다. 내가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내심 뿌듯했다.


'내가 위로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얼마나 무서운 악몽을 꿨길래? 아이고 참~!!' 아침에 물어보기로 하고 나도 얼른 잤다.   



늘 그렇듯이 아이들은 토스트, 시리얼등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커피 한 잔과 토스트 한 조각만 먹으면서 아이들이 일어서길 기다렸다. 아이들이 하나둘 일어서자마자 아내에게 어젯밤에 대해 물어봤다.



"여보, 어젯밤 왜 그렇게 울었어요? "

"하하하. 하하하. 당신 때문이에요."



당황스러웠지만 "악몽이네요." "매일 쳇바퀴 돌듯 나랑 다투느라 힘들었나 봐요. 꿈에서까지 내가 괴롭히다니요. 여보" 내용을 들어보지도 않고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아내는 "들어봐요."라며 어젯밤 꿈에 대해 말했다.


"그런 게 아니고요. 당신이 꿈에서 내 발을 질렀어요. 계속 간지르길래 "그만해요!!"라고 했어요. 참을 수 없어서  "제발 멈춰요!!!"라고 또 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절대 안 멈추는 거예요. 끝~까지 간지럽혔고요.  "왜 내 말을 안 듣지? 왜 멈추지 않지? 정말 괴롭고 힘들다는데 왜 안 멈춰주지? " 내 말도 안 들어주고 너무 간지러워서 힘니까 그냥 울어버렸어요....... 그런데 실제로도 울었나 봐요."

"근데!! 실제로도 당신은 하지 말라하거나 하지 말자고 해도 끝까지 안 듣잖아요. 남편!!"


' 꿈속의 때문에 울었던 아내와 자다가 아내를 위로해 준 나' 아름다운 베드룸 로맨스가 아니다.  괴롭힌 나와 위로한 나 오버랩되면서 나는 정말 난감했다. 꿈에서 나로 인해 괴로운 아내를 현실에서 내가 정성껏 위로했던 이 해프닝이 내게는 '웃픈' 일이다. 결혼 후 아내가 마음으로 힘들고 속상한 일들이 수만가지라는데 그것들의 무게감이 엄청나서 꿈까지 그렇게 꾼다고 느껴졌다. 나는 몸 둘 바를 모르는 아침이었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내온 것들에 대해 쓰다 보니 아내와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에 싸운 이유와 아내가 참아줬던 상황들을 듣게 되는데 '그때 왜 그랬을까?'라고 문하기도 한다. 또, 아내는 "그때 왜 그랬어요?" 라며 싸움이 커질까 봐 따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뒤늦은 해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다 보면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많다. 지난 일들을 짚어볼수록 이해가 안 되고 창피한 마음이 더 커진다. 내 대답은  "내가 미쳤었나 봐요. 여보."  



조금 더 아내 마음을 알려고 하자.



모든 상황에 의견차이가 생길 수 있는데 아내의 마음을 모르고 내 생각만 고집했던 것이 큰 문제였다. "가끔 이런 대화도 이 남편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라요. "는 아내 말에 내 마음은 남아 있는 것 없이 무너져 내린다. "뭐지?" "어떻게 살아온 건가?" 라며 자책하게 된다. 잠자다 갑자기 우는 아내를 위로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동안 아내가 얼마나 참았길래 그런 꿈까지 꿨을까"라는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나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은 남이다. 여전히 공사 중이다.


출처: catlin_taylor i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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